사회적 책임' 강조도 중요하지만
'공유가치' 창출 위해 국민 사랑도 필요
이익 85%나 법인세 내는 스웨덴 대기업
CSV'CSR 이뤄질 때 한국에서도 생길 것
150년 넘게 5대에 걸쳐 경영권을 세습한 가족기업, 스웨덴 GDP의 30%를 차지하고 스웨덴 스톡홀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하면서 온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기업이 있다. 스웨덴의 14개 대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발렌베리그룹이다.
가족경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후계자 승계에 엄격한 룰이 있다. 후계자가 되려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강인한 정신력과 애국심을 가져야 하는 등 10년 이상 까다로운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두 명의 후계자를 선정해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후계자들은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중용하는 등 노동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인다. 스웨덴의 여러 기업이 과중한 세금을 피해 외국으로 떠나가도 발렌베리그룹은 자국에 남아 이익의 85%를 법인세로 사회에 환원한다. 대학, 도서관, 박물관 건립 등 공공사업에도 최선을 다한다. 유럽 최대 재벌가문이지만 후계자들의 개인재산은 2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창한 '자유방임주의' 이후 자본주의는 전 세계 모든 제도를 이끄는 상위제도였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고, 그때마다 당시의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급기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4.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인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한 자본주의 4.0 개념은 얼마 못 가 공유가치창출(CSV
'Created Shared Value) 개념의 자본주의 5.0으로 대체됐다. CSV는 2006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컨설팅 회사 FSG의 창업자 마크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소개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번영하려면 사회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반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 사회문화 창달 등은 기업 이익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CSR이 일방적인 선행(善行)이라면, CSV는 투입 비용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나타날 수 있도록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얻으려면 소비자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기업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소비자를 돕는 것은 결국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CSV다. '공유가치창출'이라고 해서 기업이 대단한 새로운 것을 창출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기업과 개인, 기업과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를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으로 재조명한 것이다.
발렌베리그룹과 자본주의 5.0을 소개한 것은 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제안하고자 함이다. 자본주의 5.0이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만 강조할 뿐 기업을 향한 사회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진정한 자본주의 가치가 실현되려면 '공유가치창출'에 동참해야 한다. '동참'까지도 필요하지 않다. 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정서는 정치인에 의해 더욱 부풀려져서 법과 제도에 반영돼 기업을 옥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혁신과 효율성에 달렸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러 길목에서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시장의 유연성 부족 문제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며 도입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오히려 고용시장을 경직시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나름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어버렸다. 일자리만 뺏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효율성까지 빼앗아 가버렸다. 기업은 효율성을 찾아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겨간다. 일자리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발렌베리그룹이 이익의 85%를 세금으로 내면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수많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배경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자본주의 5.0 개념인 '공유가치창출'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자본주의가 가야 할 길이다. 우리 사회도 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공유가치창출에 동참해야 한다. 이것을 '자본주의 5.5'라고 부르고 싶다. 자본주의 5.5가 실현될 때 대한민국에도 발렌베리그룹이 나타날 것이다.
강병규/세명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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