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맛에 단골] 예비 사회적기업 '원복지회' 아피치오

분위기는 1960년대 뉴욕, 맛은 이탈리아 정통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도심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심지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 냉동식품도 쉬 찾을 수 있다. 갓 스무 살이 된 여성이나, 예순을 바라보는 여성도 "거기 까르보나라는 별로야. 집에서 해 먹는 게 나아"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만큼 커피 전문점만큼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넘쳐난다. 하지만 양식당 홍수 속에 '다운 맛'을 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피자는 피자다운 맛, 파스타는 파스타다운 맛. 예비 사회적기업 '원복지회' 회원들이 추천해 준 '아피치오'에서 '다운 맛'을 느껴봤다.

◆앞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이색 풍경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한 이들에게 이 분야의 거장을 꼽아 보라면 바르톨로메오 스카피, 구알티에로 마르케시 등을 들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을 묻는다면 마르코 가비오 아피치오가 이탈리아 최초의 요리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레스토랑 '아피치오'는 마르코 가비오 아피치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앞산 카페거리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많지만 '아피치오'가 마르코 가비오 아피치오의 전통을 계승하겠단 의지를 표현했다.

레스토랑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면 식당 분위기가 왠지 고루할 것 같다. 아피치오에 한 발짝 들여놓기만 해도 이런 생각은 증발한다. 식당으로 오르는 계단부터 와인병이 오는 이를 맞이한다. 적당히 먼지가 앉은 빈 와인병이 계단을 따라 식당으로 이어져 있고 그 위로 벽면에 걸린 미술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를 빈지티한 멋도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전체 좌석 70석의 널찍한 홀에 모던클래식을 토대로 한 인테리어에 소품으로 마련된 팝아트 작품을 보면 마치 1960년대 뉴욕의 멋들어진 식당에 온 기분이다. 창 밖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서구의 어느 공원을 바라보는 감상마저 든다. 창 밖으론 예수성심시녀회가 보이는데, 수녀원이라면 으레 떠오를만한 높은 담장과 철문 대신 조경석과 작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아피치오 실장은 "음식은 그 자체의 맛이 우선이지만, 어떤 분위기에서 식사하느냐도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해, 갖고 있던 미술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등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또 레스토랑 실내를 초로 둘러놨는데 야간에는 내부 조명을 최소화하고 촛불을 켜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유학시절 여행을 하면서 많은 식당에 들렀다. 그러면서 레스토랑의 이상형을 그리게 됐는데, 그 모습에 가장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풍미를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곳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라는 옛말부터가 틀리지 않았나 보다. 아피치오에서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단 말이 와 닿는다. 이날 원복지회 회원들이 주문한 메뉴 중 콰트로포르마지오피자는 여성들에게 인기있을 '보암직한 떡'이었다. 얇은 피자도우 위에 아몬드 조각이 듬뿍 뿌려져 있다. 또 모짜렐라, 고르곤졸라 등 네 가지 치즈 토핑은 입안 침샘을 자극할 만큼 큼직하게 올려져 있다. 보통의 씬피자보다 도우의 두께 감이 조금 더 있는 편이지만 그만큼 더 쫀득한 식감을 준다.

원복지회 회원 신금산(45) 씨는 "치즈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피자를 먹으면 느끼한 게 아니라 치즈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며 "평소 이곳에 오면 리조또를 즐겨 먹는데, 피자뿐만 아니라 게살로제리조또 같은 메뉴도 게살이 구색만 갖춰 들어간 게 아니라 진짜 게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학란 아피치오 대표는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음식은 맛없게 만들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느끼해서 피자는 싫다는 사람에겐 칠리 안심찹스테이크가 제격이다. 찹스테이크는 볶은 쇠고기와 채소에 토마토케첩을 넣고 다시 볶는 고기요리로 소스를 뿌려서 먹는다. 아피치오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소스에 변주를 주었다.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을 약간 버무린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입맛 당기는 매콤한 맛을 낸다. 매콤한 찹스테이크를 함께 나온 또띠아에 말아 요거트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김동욱 실장은 "외국 여행을 하면서 가본 레스토랑 중 먹기에 편안한 맛을 낸 곳은 가정식 스테이크하우스였다. 그래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콤한 소스를 만들 때도 가정집처럼 고추장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파스타 1만4천900원, 페스토크림펜네파스타 1만5천900원, 캘리포니아치킨파스타 1만5천900원, 콰트로포르마지오피자 1만6천900원, 안심버섯스테이크 2만2천원, 칠리안심찹스테이크 2만2천원

▷영업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오후 9시 30분까지 주문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

▷규모=70여 석, 주차 15면(발렛파킹)

▷문의=대구시 남구 현충로 5길 2(대명동 515-6), 053)62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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