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중권의 새론새평] 밥퍼와 골퍼

1963년 서울생. 서울대 미학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 박사 수료. 중앙대 겸임교수. 카이스트 겸직교수
1963년 서울생. 서울대 미학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 박사 수료. 중앙대 겸임교수. 카이스트 겸직교수

'급식=의무교육' 사회적 합의 필요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것은 더 비합리적

홍준표 지사 자신 입지전을 현실로 착각

부자들에 세금 더 못 걷는 건 우파의 위선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하는가?"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있는 집 자식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 보자.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교육을 제공해야 하는가?" 그럼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게다. "있는 집 아이든, 없는 집 아이든, 대한민국의 아동이라면 누구나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결국 쟁점은 이거다. '급식이 교육의 일부인가, 아닌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급식은 교육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무상급식 찬성자들은 급식도 교육과정으로 본다.

일례로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을까?

내 생각에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2012년 4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든다.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부담하게 한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이 위헌이냐고 묻는다면, 헌재는 그 역시 위헌이 아니라고 대답할 테니까.

결국 급식을 의무교육의 일부로 간주할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오세훈 시장의 낙마 이후 이 문제에 관해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적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국의 모든 시도로 무상급식이 확대되어 간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심지어 홍준표 도지사마저 후보 시절에는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말해야 했다.

그 시절 홍준표 지사는 여러 차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상급식의 전면 확대는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도교육감이 합의한 사항이므로 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노인 틀니 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이렇게 그랬던 그가 말을 바꾸었다. 그 결과 경남도민은 다른 시도민들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고약한 것은 예산이 모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확보된 무상급식 예산을 이른바 서민자녀 교육비로 돌리겠단다.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보다도 더 비합리적이다. 그 사업이 이미 도교육청에서 하는 사업과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소득층 자녀는 '선별급식'을 위해 가난 증명을 해야 하고, '교육지원'을 받기 위해 무려 스무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단다.

이 사업으로 그는 개천에서 용 나기를 기대한다. 1년에 50만원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강남의 학부모들은 뒤집힐 게다. 돈 50만원으로 용 되는 시대를 보려면 시계를 40년 전으로 되돌려야 할 게다. 홍준표 지사는 자신의 입지전을 현실의 상태로 착각하는 듯하다. 도정은 자서전 집필과는 구별돼야 한다.

누구나 알듯이 이 모든 소동이 결국 대권을 위한 행보다. 이는 비난할 일이 못 된다. 다만, 대권을 넘보는 분의 그릇이 애들 밥그릇보다 작아서야 어디 쓰겠는가?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시켰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원 무료 수강' 서비스를 6년 연속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모두를 그는 애들 밥그릇 안 빼앗고도 한다. 못 하겠다면, 물러날 일. 무능한 지사의 봉급도 도민의 혈세에서 나간다.

마지막으로 선별적 복지에 반대하는 것을 '좌파의 위선'이라 비난한 데에 대해 한마디. 부잣집 아이들에게 밥 주는 게 그렇게 아까운가? 그럼 좋은 수가 있다. 밥은 빈부 가리지 말고 똑같이 주되,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죽어도 못 하실 것이다.

바로 그게 '우파의 위선'이다.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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