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의무교육' 사회적 합의 필요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것은 더 비합리적
홍준표 지사 자신 입지전을 현실로 착각
부자들에 세금 더 못 걷는 건 우파의 위선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하는가?"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있는 집 자식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 보자.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교육을 제공해야 하는가?" 그럼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게다. "있는 집 아이든, 없는 집 아이든, 대한민국의 아동이라면 누구나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결국 쟁점은 이거다. '급식이 교육의 일부인가, 아닌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급식은 교육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무상급식 찬성자들은 급식도 교육과정으로 본다.
일례로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을까?
내 생각에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2012년 4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든다.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부담하게 한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이 위헌이냐고 묻는다면, 헌재는 그 역시 위헌이 아니라고 대답할 테니까.
결국 급식을 의무교육의 일부로 간주할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오세훈 시장의 낙마 이후 이 문제에 관해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적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국의 모든 시도로 무상급식이 확대되어 간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심지어 홍준표 도지사마저 후보 시절에는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말해야 했다.
그 시절 홍준표 지사는 여러 차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상급식의 전면 확대는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도교육감이 합의한 사항이므로 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노인 틀니 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이렇게 그랬던 그가 말을 바꾸었다. 그 결과 경남도민은 다른 시도민들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고약한 것은 예산이 모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확보된 무상급식 예산을 이른바 서민자녀 교육비로 돌리겠단다.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보다도 더 비합리적이다. 그 사업이 이미 도교육청에서 하는 사업과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소득층 자녀는 '선별급식'을 위해 가난 증명을 해야 하고, '교육지원'을 받기 위해 무려 스무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단다.
이 사업으로 그는 개천에서 용 나기를 기대한다. 1년에 50만원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강남의 학부모들은 뒤집힐 게다. 돈 50만원으로 용 되는 시대를 보려면 시계를 40년 전으로 되돌려야 할 게다. 홍준표 지사는 자신의 입지전을 현실의 상태로 착각하는 듯하다. 도정은 자서전 집필과는 구별돼야 한다.
누구나 알듯이 이 모든 소동이 결국 대권을 위한 행보다. 이는 비난할 일이 못 된다. 다만, 대권을 넘보는 분의 그릇이 애들 밥그릇보다 작아서야 어디 쓰겠는가?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시켰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원 무료 수강' 서비스를 6년 연속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모두를 그는 애들 밥그릇 안 빼앗고도 한다. 못 하겠다면, 물러날 일. 무능한 지사의 봉급도 도민의 혈세에서 나간다.
마지막으로 선별적 복지에 반대하는 것을 '좌파의 위선'이라 비난한 데에 대해 한마디. 부잣집 아이들에게 밥 주는 게 그렇게 아까운가? 그럼 좋은 수가 있다. 밥은 빈부 가리지 말고 똑같이 주되,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죽어도 못 하실 것이다.
바로 그게 '우파의 위선'이다.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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