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5주기, 한 발짝도 못 나간 남북관계

북한이 천안함 5주기에 거듭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천안함 사건은 철두철미 미국의 치밀한 정치 군사적 이해타산으로부터 고안되고 실행된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 미국이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문제 등으로 동북아 지역의 '침략 무력 철수'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지역의 안보 불안을 고조시켜 국면을 전환하고자 천안함 사건을 조작했다"고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오히려 사건을 조작한 미국이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은 이미 국제 공동조사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천안함 사건 직후 쌍끌이 어선에 의해 발견된 어뢰 추진체는 분명 북한제였다. 이 어뢰 추진체는 북한이 수출용으로 만든 카탈로그와 CD에 나온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설혹 잔해를 발견했더라도 그 재원과 모델을 특정하지 못했다면 논란이 가능할지 모르나 우리 정부와 조사단은 확실한 증거를 틀어쥐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5'24조치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진 뒤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다. 북한이 사과나 유감표명 같은 간접적인 의사 표명만 있어도 제재를 풀고 모든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남측의 요구에 대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아예 남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도발로 우리 장병 46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사건이다. 북한이 오리발을 내민다고 해서 없었던 일처럼 슬며시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 이는 현재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리고 그 걸림돌은 북한이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적반하장식 주장을 되풀이하며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례하기까지 하다. 이제 북한은 스스로의 소행임을 인정할 때가 됐다. 정부는 그것이 간접적인 유감 표명이든, 비공개 사과가 되든 북한의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남북이 한발씩 물러서면 대화를 통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천안함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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