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불탐위보(不貪爲寶)

어느 나라 말이든 처음 배울 때는 비슷한 낱말을 분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얼핏 보기는 비슷하지만 철자가 하나만 달라도 전혀 엉뚱한 낱말이 되니 그 차이를 알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한자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가난할 빈(貧)과 탐할 탐(貪)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 배울 때 자주 헷갈려 어디선가 봤던 연상법으로 분간했다. 재물(貝)을 나누면(分) 가난해지고(貧) 재물이 지금(今) 앞에 있으니 탐난다(貪)는 식이다.

탐은 대상이 무엇이든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됐지만, 빈은 좀 애매했다. 1960, 70년대의 교육이라는 것이 현실과 관계없이 늘 이상적인 것만을 늘어놓고 주입식으로 강요하는 것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가난하다는 말은 좋지 않게 보이는 데도 안빈낙도(安貧樂道)나 청빈(淸貧) 같은 낱말에서는 뭔가 멋있고, 낭만적이며, 군자나 선비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삶의 목표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빈궁(貧窮)이나 빈한(貧寒)과 같이 갈 데까지 간 가난을 뜻하는 낱말에서도 빈은 옹색하거나 구차스러움보다는 꼿꼿한 선비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그런데 '탐'도 '탐하지 않는 것을 보물로 여긴다'는 뜻의 '불탐위보'(不貪爲寶)에 들어가면 멋들어진다. 탐의 변신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 재상인 자한(子罕)의 일화에서 나왔다. 누군가 청렴한 자한에게 옥(玉)을 바치면서 모두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 받아달라고 했다. 자한은 "당신은 옥을 보물로 삼고 나는 불탐(不貪)을 보물로 삼으니 각자의 보물을 그대로 잘 간직하자"며 돌려줬다.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부터 포스코에 대한 집중 수사가 시작됐다. 전직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정치인, 지역토호의 이름이 거론되며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리고 2주일 정도가 지났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지금부터 수사팀이 가장 경계를 해야 할 것은 방해공작이다. 요리조리 피해갈 궁리를 하는 비리 혐의자뿐 아니라 표적 수사나 정치 수사, 경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여론을 호도해 물타기를 하는 세력과도 싸워야 한다.

어쩌면 이 싸움은 수사보다 훨씬 힘겨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이 수사를 지지한다. 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절대적인 명분도 있다. 오히려 방해에 등 떠밀려 철저하게 못 끝내는 것이 바로 표적 수사나 정치 수사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당장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불탐'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마땅히 치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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