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5년 주목할 신기술] 생활 속에 들어온 사물인터넷

미국 바이틸리티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
핏빗(Fitbit)사의 스마트밴드 핏빗 포스(Fitbit force). 핏빗 홈페이지
미국 바이틸리티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
핏빗(Fitbit)사의 스마트밴드 핏빗 포스(Fitbit force). 핏빗 홈페이지

1969년 미 캘리포니아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두 대의 컴퓨터가 연결에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로그인'이었다.

이렇게 첫 접속에 성공한 인터넷은 1990년 초 100만 대의 PC, 1990년대 후반에 10억 개의 랩톱에 이어 2010년에는 120억 대의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보급됐다. 지구 상의 120억 사람, 사물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25억 명과 37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기술이 초스피드, 멀티플로 증식해가면서 전 세계 IT공룡들이 이 '기회의 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ICT 4세대 혁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 과연 우리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생활 속의 IoT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건강 챙겨주는 스마트 헬스기기=날로 진보를 거듭하는 의학의 발전만큼 첨단 의학에 IT를 접목하려는 연구 또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스마트폰 암 밴드(Arm Band)다. 손목에 착용하면 내부 센서가 사용자의 걸음 수, 이동거리, 칼로리 소모량을 표시해주고 전용 앱을 통해 심장 박동수, 혈압을 체크해준다.

체중계에 IoT를 입힌 발상도 재미있다. 센서가 달린 체중계에 사용자가 오르면 스마트폰에 체중정보가 전달된다. 이 결과가 친구나 가족들에게 문자로 보내져 다이어트 결과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슬리퍼에 센서를 달아 실내에서 운동, 건강정보를 체크하고 미끄러짐 사고 시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 조치를 취하게 할 수도 있다.

보청기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귓속의 주치의'도 기발한 발상으로 꼽힌다. 기본적인 보청기능 외에 센서를 통해 혈압 등 건강정보가 체크되기도 한다. 이용자에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가족과 주치의에 통보돼 노인들 고독사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바이탈리티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Glow Cap)이라는 약병은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간을 알려준다. 약을 먹을 시간에 약병 뚜껑의 램프가 켜지고 소리도 난다. 환자가 약병을 열면 센서가 감지해 인터넷으로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정보를 병원에 보낸다. 만약 복용 시간이 지났음에도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병원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에게 SMS나 알림을 보내기도 한다.

◆온·습도 조절 자동 "농사 쉽네∼"

성주의 참외농가 하우스에서도 사물인터넷이 응용되고 있다. 스마트 팜(Farm)이 현실화된 것이다. 참외농장에 설치된 센서는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송한다. 주인은 집에서 비닐하우스 내의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하우스 내의 상황을 체크하고 버튼 하나로 물을 주고 비닐 가림막 개폐기를 작동시켜 실내 온도를 맞춰준다. 스마트폰 덕에 하우스 안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틈잠을 자며 보일러를 살피던 노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농업 관개 전문 기업인 밸리이리게이션에서 농작물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 아래에 센서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 토양 상태를 추적한 데이터를 관개 장비에 전송해 알아서 물이나 비료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관개 장비와 토양의 센서가 서로 통신해 토양의 조건에 따라 물과 비료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가 똑똑해졌네

가전제품의 인공지능화는 우리 일상생활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다. 미래의 부(富), 산업화와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귀가를 앞둔 직장인 A씨. 집안의 에어컨에 메시지를 보낸다. 에어컨에서는 설정 온도 메시지를 확인한 후 서서히 가동을 시작한다. 실내 미세먼지 오염도를 체크해 자동으로 공기정화까지 한다. 더 미래에는 주인의 위치를 파악한 에어컨이 스스로 귀가 시간에 맞춰서 실내 온도를 세팅하게 된다.

시장을 보러 나온 주부 B씨. 집안의 식재료 파악을 위해 냉장고에 카톡을 보낸다. 냉장고 안에 있는 카메라 센서는 칸칸의 사진을 모두 찍어 화상으로 전송한다. 스마트폰으로 식재료 상황을 체크한 주부는 최적의 쇼핑을 끝낼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스스로 파악해 온라인으로 새 제품을 주문하기도 한다. 노모(老母) 집의 냉장고가 며칠씩 열리지 않으면 냉장고가 스스로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내 안부를 확인하게 하는 장치도 있다.

세탁기를 원하는 시간에 작동하게 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 요즘은 애벌빨래부터 탈수까지 세탁 전 과정을 별도의 이동 없이 원스톱으로 끝낸다. 날씨 상황에 따라 빨래 쾌적지수를 주인에게 보고하고 완성된 세탁물을 꺼내지 않으면 '빨래 다 구겨져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애완견의 목걸이에 센서를 달아 주인과 온라인으로 연결시킨 IoT도 있다. 목걸이엔 체온, 맥박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고 통신 모듈이 있어 개가 아프면 주인이나 수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훈련된 개는 모니터를 터치해서 주인과 화상 채팅도 가능하다.

◆바코드 스캔만 하면 자동 주문

IT분야에서 최고의 미덕은 선점. 반걸음만 빨라도 수백억원을 쓸어 담을 수 있다. 지금 지구촌 유통 공룡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간극에 사물인터넷이 있다.

연매출 70조원을 넘어선 미 유통공룡업체 아마존은 최근 대시(Dash)를 출시했다. 대시는 주문을 도와주는 온라인 스캐너. 각 가정에 바코드 스캐너를 나눠주고 물건이 떨어졌을 때 집에서 포장의 바코드를 스캐닝하는 것만으로 주문이 완료되게 했다. 마트에 가서 카트를 끌고 줄 서서 계산하는 과정이 바코드 스캐너 하나로 간소화된 것이다. 쇼핑에 소요되는 번거로움을 없앤 이른바 '제로 에포트'(Zero Effort)다.

바코드가 없는 물건은 음성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이렇게 주문된 상품은 근처 오프라인 숍에서 배달해준다. 아마존에 있는 50만 개가 넘는 상품들이 이 대시라는 IoT를 통해 판매된다.

소비자들에게 아예 바코드 스캐너를 쥐여주고 마구 긁게 만드는 아마존의 상술, 부러워만 하고 있다간 언제 우리 유통산업 안방을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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