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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엔 과메기만 있나? 5∼11월엔 내가 황태자"…영일만 검은돌장어 출하

영일만 검은돌장어는 열량 및 지방함량이 낮아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항시 제공
영일만 검은돌장어는 열량 및 지방함량이 낮아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항시 제공
영일만 검은돌장어를 활용한 각종 음식들. 일반 장어와 달리 육질이 워낙 단단해 불에 구워도 석쇠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포항시 제공
영일만 검은돌장어를 활용한 각종 음식들. 일반 장어와 달리 육질이 워낙 단단해 불에 구워도 석쇠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포항시 제공

'영일만 검은돌장어를 아시나요.'

장어가 포항 수산업계의 새로운 대표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나고'(붕장어의 일본식 표현)라 부르는 평범한 바다 장어가 아니다. 짙은 먹빛에, 동해안 거친 파도와 바위틈을 헤치고 살아온 힘찬 녀석이다.

검은돌장어란 이름은 서식지와 몸 색깔 때문에 붙여졌다. 보통 장어는 갈색을 띠는 것이 많다. 갯벌이 많은 서'남해안 인근에서 주로 잡히는 까닭에 모래 색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북 동해안은 깊은 수심에 현무암 등 검은색 화산석이 많아 장어도 검은색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동해안의 강한 파도 속에서 바위 틈을 비집고 살아온 탓에 검은돌장어는 식감과 영양성분이 일반 장어에 비해 월등하다.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단단하고 콜레스테롤 등 지방 성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동대학교와 포항테크노파크 연구진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일만 검은돌장어는 단백질 등 일반적 성분은 대부분의 장어와 별 차이가 없으나 열량 및 지방이 현저히 낮았다. 일반 붕장어의 평균 열량이 100g당 160kcal인 것에 반해 검은돌장어는 100g당 115kcal로 조사됐으며 지방 함량 역시 일반 붕장어는 평균 9g/100g이지만 검은돌장어는 절반 이하인 4.4g/100g으로 나타났다.

영일만검은돌장어영어조합 김대근 대표는 "바다에 들어가보면 거친 해류 속에서도 검은돌장어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지금도 동네 어민들은 허약해지거나 아이를 낳고나면 검은돌장어를 잡아와 몸을 보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을 기점으로 영일만 해역에서는 현재 연간 100여t의 검은돌장어가 어획된다. 하지만, 지금껏 원산지인 포항사람들조차 그 존재를 잘 몰랐다. 대부분 손 쉬운 유통경로를 찾아 부산 기장면 붕장어단지 등으로 팔려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1kg당 1만~1만8천원에 검은돌장어를 사다가 '부산 붕장어'로 이름을 바꿔 1kg당 3만~3만8천원에 팔고 있다.

늦게나마 잃어버린 위상을 찾기 위해 어민들은 2013년 영어조합을 창립하고 본격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지난해 검은돌장어를 포항 대표 향토음식으로 선정하고 관련 축제를 진행중이다. 흥환리 일대에 음식단지 등 테마지구를 조성해 검은돌장어를 과메기에 이은 지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포항시 수산진흥과 황세재 과장은 "포항의 대표 먹거리인 과메기와 대게 등은 모두 11월에서 4월까지 겨울철 음식들이고 여름철은 먹거리 관광의 공동화 현상이 생기곤 했다"면서 "장어는 5~11월이 제철이기 때문에 포항이 사계절 내내 먹거리가 풍족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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