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군인체육대회 말썽없이 치러질까?

개최 비용 두고 경북도와 강등, 조직위 문경 이전도 차일피일

경북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개최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숙지지 않고, 대회조직위원회 문경 이전이 지연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회 개최 경비 마련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의 총경비는 1천640억원대다. 정부가 50%를 부담하고 경상북도와 문경시가 함께 경비 중 30%를 댄다. 경북도와 문경시가 부담하는 대회 개최 비용은 각각 350억원과 150억원에 이른다. 나머지 20%는 협찬사를 유치해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북도는 대회 비용 분담금인 350억원을 다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확보하기로 한 협찬사 유치 수익도 분담금 규모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조직위원회 문경 이전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방부에 있는 조직위원회가 대회 현장인 문경으로 들어와 개최 준비에 나서야 하지만 외면하고 있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문경시는 "조직위가 문경으로 와서 현장 업무를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옮길 필요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식 선수촌 건립도 무산되면서 선수단 중 절반인 4천500명은 문경에서 50㎞가량 떨어진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머물 예정이다. 그나마 경북에 머물 선수단 중 2천 명은 영천의 3사관학교를 이용한다. 개최지인 문경에는 전체 선수단의 3분의 1도 안 되는 2천500여 명만 숙박한다. 그마저 상당수는 난민촌을 연상케 하는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열흘간 숙박을 해결해야 한다.

문경시가 지난달 31일 마감한 컨테이너 선수촌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에는 주거공간 설계 업체와 조립식 컨테이너 설치 업체 등 19곳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는 350동이 설치되며 열흘간 임대료로 35억원을 쓴 뒤 바로 철거된다. 컨테이너 선수촌은 국제대회 사상 처음이다.

이와 관련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는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춘 선수촌 수준의 컨테이너 설치 업체가 드물다"며 "대회가 임박해 부실시공 우려도 적잖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경, 상주 등 공동 개최지 시'군 관계자들은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경비 분담과 선수촌 건립 문제로 4년의 황금 같은 시간을 지루한 공방만 벌이면서 날려 버렸다"며 "지금이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소통하고 적극적인 준비에 나서야 '엉터리 대회'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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