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비상구를 통해 빨리 대피해 주세요."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 경북대 중앙도서관 신관 열람실.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열람실에 안내 멘트와 함께 사이렌이 울렸다. 중간고사를 대비해 지하 열람실 A관에서 공부하던 이모(22) 씨는 사이렌 소리가 나자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학생들도 이 씨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 씨는 '오작동이겠거니' 했지만 사이렌이 반복해서 울리자 두려웠다. 학생들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자 이 씨도 소지품을 챙겨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20분 정도 지난 뒤 "경보기 오작동이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 씨는 "대피 안내방송이 나왔는데도 모두 한참 동안 주위만 살폈다"며 "실제로 화재가 났는데도 이번처럼 사람들이 늦장을 부린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출동한 건수는 1일까지 40건이다. 한 달에 13번꼴로 오작동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166건으로 한 달 평균 13.8건, 2013년에는 총 146건으로 한 달 평균 12.1번 오작동 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작동 원인은 다양하다. 주로 배선이나 열감지기 불량으로 발생한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거나 황사나 먼지 등의 영향으로 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오작동이 잦은 곳에서는 관리자가 수신기의 전원을 아예 꺼두는 경우가 적잖다는 점이다. 한 소방시설관리업체에 따르면 "점검을 나가보면 자주 울려 시끄럽다고 꺼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속적인 오작동이 시민들의 '경보 불감증'을 낳는다는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들은 "지난 3월 한 요양병원에서 오작동으로 인한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적이 있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두 대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 '시끄러우니 빨리 꺼달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화재로 경보기가 울려도 오작동으로 착각한 주민들이 대피를 서두르지 않아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1월 1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에서도 상당수 아파트 주민이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착각해 대피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원석 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 전임교수는 "오작동이 빈번할 때는 반드시 설비를 교체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점검을 통해 오작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시민들 또한 경보기가 울리면 일단은 재빠르게 대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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