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리는 도시철 3호선 달라지는 시민교통]<7>모노레일의 본고장, 일본을 가다(상)

50년간 사망사고 '0' 도쿄 안전 '타산지석'

오키나와 모노레일 전동차 안의 기관사가 속도를 줄여 곡선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오키나와 모노레일 전동차 안의 기관사가 속도를 줄여 곡선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일본은 모노레일의 고향이자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1964년 도쿄에 세계 최초의 모노레일을 도입했고, 이후 기타큐슈와 오사카, 오키나와 등지로 확산하며 수십 년 동안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 이에 본지는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를 찾아 이용객 편의와 안전시설, 주변경관, 운영방식 등을 살핌으로써 3호선의 미래 모습을 엿봤다. 직접 확인한 일본 모노레일의 앞선 경험과 기술력은 개통 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차감 대구가 좋고, 경관은 일본이 부러워"

지난달 16~19일 도쿄와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모노레일 역사에서 승차권을 뽑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을 이용해 전동차를 탔다. 이를 통해 승차감과 노선형태, 주변 경관 등을 대구와 비교'점검했다.

1964년 개통한 도쿄 모노레일은 국내선 항공기가 오르내리는 하네다공항과 도쿄타워가 보이는 도심을 연결한다. 17.8㎞(11개 역) 영업구간 대부분이 바다와 인접해 있다. 2003년 운행을 시작한 오키나와 모노레일은 나하공항과 관광지인 수리성까지 연결돼 있다. 전체 12.9㎞(15개 역) 구간은 공항과 상업지역, 주택가, 관광지 등 다채롭게 구성돼 있었다.

도쿄와 오키나와 모노레일의 눈에 띄는 특성은 노선의 곡선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들 노선은 바닷가와 가까운 주택'상업단지를 가로질렀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를 끼고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형태로 이어졌다. 대구 3호선이 방향을 전환하는 4, 5곳 이외에 대부분 직선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많은 곡선 때문에 승차감은 대구보다 떨어지는 편이었다. 곡선에서 전동차 속도를 줄였지만 밖으로 벗어나려는 원심력과 곡선 안쪽으로 가려는 전동차의 동력이 부딪치면서 차체가 좌우로 흔들렸다. ∪자에 가깝게 심한 곡선 구간에서 손잡이나 벽, 의자를 잡지 않고는 서서 지탱하기 어려웠다.

도쿄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폭이 커 승차감을 떨어뜨렸다. 바다 밑 지하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은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하강했다. 속도를 줄이자 관성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리다가 뒤로 젖혀졌다.

진동과 소음 측면에서 일본 모노레일은 대구 3호선보다 떨어지지만, 주변 경관은 뛰어났다. 도쿄의 하마마츠쵸역과 덴노즈아일역 사이를 지날 땐 시바우라와 도쿄만 간척지인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레인보우브리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다리는 높이 127m, 길이 570m로, 여러 색상의 조명이 켜지는 야경이 특히 볼만하다. 하마마츠쵸역에선 도쿄의 명물인 '도쿄타워'를 볼 수 있다. 오키나와의 오노야마코엔역과 쓰가보가와역 사이엔 수변공원인 만코공원과 나하항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다시 확인한 안전성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쿄 모노레일은 굳건히 안전성을 지키고 있었다. 50년 동안 승객이 사망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고, 월평균 3분 이상 지연은 5, 6회 정도(승객 과실을 포함)이고, 30분 이상 지연된 경우는 연평균 2, 3회뿐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0년 동안(2005~2014년) 3분 이상 지연이 478건이 있었고, 이 중 30분 이상 지연은 33건이었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편성 열차의 평균지연 시간은 10초 이하다. 지연의 원인 중 60%가 승객에 의한 스크린도어 고장, 출입문 이물질 끼임, 역사 내 낙하물 습득, 강설, 지진 등으로 기술적인 결함과 거리가 멀었다.

1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는 최근 20년을 통틀어 9건에 불과한데, 지진(2건), 낙뢰(1건), 불법침입으로 인한 사상사고(1건) 등 4건은 기술 외적인 문제였다. 무엇보다 전동차 고장 때문에 승객들이 다른 전동차로 대피하거나, 지상으로 탈출한 사례는 전무했다.

도쿄 모노레일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2개의 변전소를 통해 선로에 전기를 공급한다. 어느 1개 변전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변전소를 통해 선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이 변전소는 각각 다른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받기 때문에 한 전력회사가 정전돼도 문제가 없다.

변전소와 전력회사가 모두 정전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 대용량 배터리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전동차가 1시간 동안 시속 40㎞로 운행할 수 있도록 비상전원이 공급한다. 이 덕분에 정전 상황에서도 전동차는 역으로 대피할 수 있다.

눈에도 운행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도쿄에 눈이 2번 내렸는데 제설브러시를 사용해 선로 위의 눈을 제거했다. 눈 오는 날 제설브러시를 장착한 전동차가 다닐 수 있게 전용 운행스케줄을 적용했다.

오키나와 역시 2008~2013년 사이 운행이 정지한 사례 4번뿐이다. 이 중 2건은 태풍이 원인이었다. 전력공급시스템의 경우 변전소가 3개인 것 이외에 이중 안전장치는 도쿄와 유사한 형태로,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선로에서 전동차가 멈춘 사례는 없었다.

이시이 오키나와 모노레일 총괄운송과장은 "10년 넘게 사고는 없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소방과 연계해 사다리차를 이용하는 등 각종 대피 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대구 3호선은 모노레일 중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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