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지금도 날 수 있었을 텐데

얘야, 자기 몸무게만큼이나 큰 먹이를 한꺼번에 삼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니?

넓고 깊은 바다 위로 갈매기들이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어.

"조게 내 입에 꼭 맞겠다."

"나는 이쪽이 맞겠다. 그렇지만 너무 빨라 잡지 못할 것 같구나."

갈매기들은 제각각 자기 입 크기에 맞는 물고기를 물어 올리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였어.

"아, 저기 큰 물고기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런데 그중에서 한 갈매기가 느릿느릿한 큰 물고기를 보고는 쏜살같이 내리꽂혔어.

그 물고기는 난데없는 공격을 받고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어.

그런데 이 물고기는 얼마나 무거웠던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끌어올릴 수가 없었어.

이 갈매기는 함께 날고 있던 갈매기들에게 신호를 보내었어.

-끼욱 끼욱!

그러자 옆에 있던 갈매기들이 내려와 함께 물고기를 발로 집어 올려 가까운 바위 위로 옮겼어.

'후유 크다. 그런데 나눠주기는 좀 아깝군!'

이 갈매기는 먹이를 쪼다 말고 한입에 널름 삼키고 말았어.

입이 찢어지고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았어.

눈물도 찔끔 났어.

'조금만 참으면 소화가 되어 내려갈 거야. 그럼 나는 며칠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어!'

큰 물고기를 삼킨 갈매기는 눈을 감은 채 숨을 모아 쉬었어.

먹이가 너무 커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거야.

콰르르 파도가 몰려왔지만 꼼짝도 못했어.

"이크! 집채보다 큰 파도가 몰려온다."

다른 갈매기들은 서둘러 날아올랐어.

그러나 큰 물고기를 삼킨 갈매기는 몸이 무거워 날아오르지 못했어.

-철썩 쏴르르!

바위섬을 덮친 파도는 누워있는 갈매기를 여지없이 쓸어가 버렸어.

"에쿠, 에쿠 갈매기 살려."

그때 마침 큰 바다사자가 파도를 타고 있다가 이 갈매기를 보았어.

"아니, 웬 갈매기냐? 매우 먹음직스럽군. 다른 갈매기의 두 배는 되겠어."

바다사자는 갈매기를 따라와 콱 깨물고 말았어.

갈매기는 얼른 먹이를 뱉어내고 도망치려 했지만 먹이가 너무 커서 쉽게 뱉어낼 수가 없었어.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도 먹이가 꽉 차 있었거든.

"아, 배부르게 한번 먹어보려다 내가 먼저 죽네. 내 입 크기에 맞는 걸 먹어야 하는 건데 더 큰 걸 먹다가 이 꼴이 되고 말았어! 아, 아!"

갈매기는 꽥꽥거렸지만 아무도 이 갈매기의 소리를 듣지 못했어.

파도는 여전히 철썩거렸어.

그래, 이 갈매기가 옆에 있는 갈매기들과 나누어 먹었다면 지금도 푸른 바다 위를 함께 날아다니며 즐거워할 수 있었을 텐데 혼자만 먹으려다 목숨까지 잃고 말았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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