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들리는 대구는 이젠 인천에도 밀려 대한민국 제4의 도시다. 이렇다 할 생산기반도 없는지라 경제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제3의 도시'이자 '정치 1번지'로서의 위상은 그저 '왕년 이야기'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부족한 경제적 하드웨어는 하루아침에 메워지지 않는다. 대신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봉황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문화의 힘이다.
'대한민국 축제 1번지, 대구'를 꿈꿔본다. 전 세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동남아시아에서는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대구는 갖고 있다. 때마침 대구시는 축제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방향은 잘 잡았다. 봄에는 '컬러풀', 여름에는 '핫', 가을에는 '공연예술'로 계절'성격별로 특화하겠단다. 지향점은 맞다. 개별적'산발적으로 열리던 축제와 각종 이벤트를 계절별로 연계'조정해 축제의 집중도 및 참여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방향과 취지는 좋지만 아직 박수받기에는 이르다. 준비기간 부족 때문인지 대구시는 조정능력에서 미흡함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축제부터 불협화음이 새나온다. 각각의 단체에서 여러 행사들을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하려다 보니, 이래저래 많이 부딪친다. 몇몇 행사는 관련 단체들의 생각이 달라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도 비친다.
하지만 통합'조정의 첫해이다 보니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시는 이왕 칼을 뽑은 만큼 잘해야 한다. 안 하는 것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또 올해 잘 넘어가고 내년에 계절'성격별 축제의 통합'조정까지 마무리시키면 '폭발적인 흥행 성공'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바람을 대구시에 전하고 싶다. 이왕 계절별 특화로 방향을 잡았으니, 킬러 콘텐츠 축제를 앞세워 축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으면 한다. 봄 시즌에는 '컬러풀 퍼레이드'를 앞세워 시민 참여형 축제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면 좋겠다. 문화부 공연담당 기자로서 경험한 컬러풀 퍼레이드는 폭발적인 참여형 축제로의 가능성을 보이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더 많은 국가에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총상금을 대폭 높이기만 해도 컬러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은 한층 배가 될 것이다.
여름에는 '치맥 페스티벌'을 앞세우면 된다. 이제 겨우 3년째인데 먹고 마시는 트렌드형 축제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올해는 당장 중국인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려오도록 해보자. 교촌 F&B(대표이사 권원강)의 광고모델인 한류스타 이민호와 BHC의 광고모델인 아시아 톱스타 전지현 등이 축제 홍보대사로 등장하기만 해도 아시아 대박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는 이 축제기간만이라도 도시 전체가 떠들썩하도록(다소 심하게 표현하면 '곤드레만드레')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가을에는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한껏 높여보자. 고급 공연문화를 맘껏 향유할 수 있는 축제를 선사하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DIOF)이 그 중심에 설 것이다.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 세계합창페스티벌, 사진비엔날레 등도 다채로움을 더해 줄 것이다.
특히 대구는 DIMF와 DIOF를 통해서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다소 값싸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뮤지컬'오페라 마니아들이 대구에서 문화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대구경북 패키지 관광 상품을 개발,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해야 한다.
목표나 계획은 잘 세웠다. 이제 잘 실행시키는 일만 남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축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대구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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