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63세와 돈

토속적인 가사와 목소리로 인기가 많은 장사익이 2008년 발표한 '꽃구경'이라는 노래가 있다. 제목은 요즘과 꼭 맞은 풍취지만 내용은 슬프다. 다소 길지만 가사를 인용하면 이렇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꽃구경 봄구경/눈감아 버리더니/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어머니는 아들이 꽃구경 가잔다고 좋다고 따라나섰지만, 점점 산속 깊이 들어가자 자신을 버리려는 것을 알고 행여 아들이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 솔잎을 따서 뿌렸다는 내용이다. 서러운 마음에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지만, 이내 가난한 아들을 이해하고 도리어 아들의 귀갓길을 걱정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 가사를 처음 보는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낱말은 '고려장'(高麗葬)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관습이 전혀 없었고, 문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연고가 없는 무덤을 고려장 또는 고려분, 고려총 등으로 불렀다.

이 말은 조선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미국 선교사 윌리엄 그리피스가 일본에 앉아서 쓴 책인 '코리아:은자의 나라(1882)'에 처음 나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인이 이렇게 쓴 데에는 조선의 문화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일본의 술책이 숨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도굴 때 동원한 인부를 설득하려고 고려장을 의도적으로 널리 퍼뜨려 남의 무덤을 파는 양심의 가책을 줄이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고려장보다 더 섬뜩하다. 부모가 언제 죽었으면 좋겠나라는 물음에 63세라고 답하고,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돈밖에 없다'고 한 학생이 40%를 넘었다. 은퇴해 퇴직금을 남기고 곧 죽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요즘 세태로 미뤄 어쩌면 솔직한 대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온갖 고생을 마다치 않고 키운 결과가 이렇다면 아무리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라 해도 화가 날 법하다. 내 자식은 안 그럴 것이라고 애써 자위해보지만, 참 찜찜한 세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