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박성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지방재정이 중앙에서 독립돼야만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가능"

▷1955년 포항시 북구 죽장면 봉계리 출생 ▷서울 우신초교
▷1955년 포항시 북구 죽장면 봉계리 출생 ▷서울 우신초교'강남중'서울공고 졸업 ▷동국대 농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영남대 행정학 박사 ▷공수특전사 전역 ▷행정고시 28회 ▷경북도청 공보관'비서실장'문화체육관광국장'경제과학진흥국장 ▷경북 칠곡군 부군수'상주시 부시장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장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행정관리국장'사무처장 직무대리 ▷울산시 행정부시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박성환(59)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다.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공무원들은 너나없이 "부하직원들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일 처리도 완벽한 모범적인 선배 공무원" "인품이 훌륭한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평가는 역경을 딛고 풍파를 헤쳐 온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

1982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지방과 중앙, 실국장과 부단체장 등을 두루 경험하며 30년 공직을 무난하게 마친 박 사무총장의 개인적 삶은 공직처럼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봉계리에서 논밭 20마지기를 소작하던 가정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8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먹고살기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결국 장남의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포항 죽북초교 5학년을 마친 뒤 서울의 삼촌 집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농사짓는 홀어머니를 생각해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빨리 할 요량으로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이후 집안형편이 다소 나아지고 삼촌이 배려해준 덕분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도 입학생 중 1명에게 주어지는 산학협동장학금을 받아 부담을 덜었다. 4년 동안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은 것은 물론 한 학기에 36만원가량(현재의 1천만원 이상)을 받아 오히려 집안에 조금의 보탬이 되기도 했다.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결혼 후에는 큰아들이 백혈병을 앓아 동생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모범적인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박 사무총장으로부터 공직생활의 경험과 지방자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최대 현안은.

▶소방안전교부세 등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법을 통해 지방 발전을 꾀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의 20%가량이 소방안전교부세인데, 올해 처음 3천500억원을 확보했다. 문제는 시도지사협의회와 국민안전처는 이 재원을 각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및 안전 분야를 확충하는 데 사용하려고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기존의 소방과 안전 분야 국고보조금 사업을 이 교부세로 대체하자고 딴지를 걸고 있다. 당초 목표대로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국민안전처와 잘 협의하고 있다.

이번 달 통과 예정인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법도 주요 현안이다. 전국 시도지사와 국무총리, 기재부'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월 1차례 회의를 통해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자치조직법 등 현안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다. 각 지자체가 외국 지자체와 교류'협력하는 국제화사업도 시도지사협의회의 고유업무 중 하나다.

-공직생활에서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졌나.

▶농촌의 변화'발전이다. 1995년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농산물 교역이 본격화됐고, 우리 농촌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다. 당시 농업보조금제도, 수입쿼터, 농업인 기술교육 등 농산물 개방에 따른 대응과 발전 프로젝트에 깊숙이 참여했다. 지자체 부단체장이나 경북도에 있으면서 농업기술개발 등 농촌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쪽의 예산 배정에도 큰 관심을 쏟았다.

-농촌이 살아나고, 발전하기 위한 방향은.

▶결국 유통이 관건이다. 농산물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농협이 제 기능을 해야 하는데, 금융이 주가 되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등이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농협이 농산물 유통 업무를 사실상 대신해야 한다. 농산물 직거래, 계약재배 등을 활성화하고 농민들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스스로 생산자이력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30년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일을 맡았던 때였다. 6'25전쟁은 남북한 군인은 물론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됐는데 이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추모하는 일이었다.

위원회에서 1년 3개월 동안 행정관리국장과 사무처장 직무대리를 맡아 진상규명, 명예회복, 위령제 등 사업을 하면서 전국을 다녔다. 연좌제 등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위령제도 지냈다. 양민이 희생된 사건은 거창을 비롯한 지리산 주변 학살사건, 여수'순천 사건, 제주도 4'3항쟁, 포항 기계천과 송도해수욕장 미군 폭격사건 등 전국적으로 숱하게 많다. 억울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사업인 만큼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곳이 많아 안타깝다.

2009년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장을 하면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전국적으로 재정 조기집행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목표를 완수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다소 엇갈린 평가가 있지만 경제가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조기집행이란 국가시책을 성공리에 완수하면서 경제가 회복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

-공직생활 후 계획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에서 지방재정을 가르치고 싶다. 석사는 일반행정을 했지만, 지방재정 쪽에 관심이 많아 박사는 지방재정 분야 학위를 받았다. 지방자치의 핵심 관건이 지방재정이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텃밭을 가꾸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향후 소망이다. 지금도 주말이면 고향 빈집에 왔다 갔다 한다. 3천960㎡(1천200평)가량의 텃밭에 채소와 함께 매실나무를 비롯한 유실수를 가꾸고 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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