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경제 덮친 엔저 먹구름, 어찌 걷어낼 건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분기 대비 0.8% 성장에 그쳤다고 23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세다. '2014 기업경영분석'결과 지난해 1천536개 상장기업과 195개 비상장 주요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수출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1월엔 전년 동기 대비 0.9% 줄더니 2월엔 -3.3%, 3월엔 -4.4%를 기록해 감소 속도도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원'엔화 환율은 100엔당 902.5원까지 떨어지며 9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900원 이하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엔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원'엔화 환율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7년여 만이다.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은 대부분 일본의 주력 수출품과 중복된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0.50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 중 절반이 겹친다는 뜻이다. 엔화 약세는 가뜩이나 위축된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힌다. 수출입은행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우리 수출은 평균 4.6%씩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가 집권 후 "화폐를 무제한으로 찍어내 디플레이션과 엔고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소위 아베노믹스를 천명한 후 2년여 사이 한'일 간 경제 명암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 15년 만에 닛케이 지수가 2만 선을 돌파하는 등 경기 회복 추세가 완연하다. 3월 우리나라 수출은 4.4% 감소한 반면 일본 수출은 8.5%로 큰 폭 증가했다. 상반기도 문제지만 하반기 이후가 더 문제다. 이런 엔저 현상은 앞으로 2~3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엔저를 내세워 일본 경제는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 경제 지표엔 연신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적절한 대응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치게 되면 한'일 경제는 역전된다.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성장 구도를 탈피하기엔 현재의 정부 정책은 역부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국내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경고하고 혁신을 통해 경제 체질 강화를 강조했다. 정부는 경제 정책을 전면 개편하더라도 보다 과감한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