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 만지작… 멀리서 자전거 온다면?

12.5m서 피할수 있었던 50대 폰 볼땐 2.5m 앞서 '화들짝'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얼마나 위험할까.

교통안전공단과 현대해상이 2013년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 안전에 미치는 위험성'을 공동 조사'연구한 결과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보행자의 주변 사물과 상황 인지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20~40대 보행자는 평균 15m, 50대 보행자는 12.5m 구간에서 자전거 소리를 들었지만 보행 중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전송하거나 게임을 했을 때는 이 거리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20대의 인지 거리는 스마트폰 사용시 33.3%(10m) 감소했고, 30대는 41.3%(8.8m), 40대는 50%(7.5m) 각각 줄었다. 50대 이상은 겨우 2.5m 앞에서 자전거를 인지, 그때는 이미 자전거를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대부분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행 중 스마트폰을 하루 1회 이상 사용한 사람이 전체의 95.7%에 달했고, 하루 16회 이상도 11.3%나 됐다. 특히 5명당 1명꼴로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사고 위험뿐 아니라 사용자의 정신과 신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고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소년 때부터 이런 행동이 습관화되면 스마트폰 중독의 가능성이 훨씬 커지고 뇌의 정보 통합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김양태 계명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전할 때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이유는 그 순간 뇌가 휴대전화에 전적으로 몰입하기 때문"이라며 "보행자의 경우 이어폰을 꽂으면 청각까지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그 위험은 배가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 뇌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뇌엔 걷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라며 "뇌는 습득한 정보들을 걷는 시간 등 쉬는 시간을 통해 통합하는 일을 하는 데 걸을 때조차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단편적인 정보만 습득해 뇌의 정보통합 기능이 떨어진다"고 충고했다.

보행 중 SNS 채팅이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신체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권동락 대구가톨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작은 글씨를 보려면 목을 스마트폰 쪽으로 길게 빼야 하는데, 이처럼 이른바 '거북목'이 된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목 부근 근육과 양쪽 어깨 근육에 무리가 생긴다"고 밝혔다. 또 "몸이 일자로 정렬된 상태에서 걸어야 하는데 목이 앞으로 나온 상태에서 팔이나 어깨도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면 근막통증증후군이 생길 수 있고,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많이 소모돼 몸도 쉽게 피로해진다"고 충고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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