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악극으로 만나는 김유정의 '봄봄'

극단 구리거울, 내달 10일까지 공연

공연 장면. 극단 구리거울 제공
공연 장면. 극단 구리거울 제공

김유정(1908~1937)의 명작 소설 '봄봄'이 음악극으로 재탄생했다. 극단 구리거울의 김미정 대표가 연출과 각색을 맡은 음악극 봄봄이 28일(화)부터 다음달 10일(일)까지 대구 남구 청소년창작센터 창공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소설 봄봄의 토속적인 분위기에만 집중했던 기존 연극들과 사뭇 다른 재해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원작의 서정미와 해학을 살리면서, 원작자가 의도했던 민족관과 예술관을 더욱 부각시킨 것.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마름 봉필, 봉필네 데릴사위로 와서 기약 없는 머슴살이를 하며 봉필의 딸 점순과 순박한 사랑을 쌓는 황구(원작에서는 '나'), 그리고 점순.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 정도인데 음악극 봄봄은 소설을 쓴 김유정을 등장시킨다. "김유정은 음악극으로 제작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월을 버티는 민중들의 태도를 다시 마주합니다."

모티브가 된 실제 김유정의 행적은 이렇다. 태어나자마자 나라를 잃고, 유년기엔 어머니를 여의고, 청년 시절 짝사랑하던 판소리 명창 박녹주로부터 마음마저 짓밟히고, 얻은 것은 병(늑막염)뿐인 김유정은 1931년 고향인 실레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극의 초반부에서도 김유정은 소설 봄봄의 배경인 실레마을을 찾는다. "김유정은 고향에서 삶의 아픔을 회복하며 어떤 정신적인 성장을 했지 않을까요? 나중에 서울로 돌아간 김유정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후 김유정이 1935년에 내놓은 소설이 바로 봄봄이다.

"원작의 아름다운 표현과 시적 운율은 그냥 연극이 아닌 음악극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 대표는 소설 속 짧은 구절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하나의 장면이나 노래로, 여러 호흡의 대사로 만들어냈다. 물론 소설만 갖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수개월에 걸쳐 소설 텍스트를 분석한 것은 물론 동부민요 등 극에 쓸 노래들을 전국에서 수집했고, 실레마을에 가서 김유정과 봄봄의 흔적도 꼼꼼하게 살폈다.

이 작품은 음악극인 만큼 명랑하게 또 은은하게 한국적 서정성을 담아내는 편준원 작'편곡의 음악들도 귀를 끈다. 여기에 잘 녹아드는, 개구지면서도 우아한 몸짓은 최석민과 신민진이 지도했다. 박정우(황구), 한규범(봉필), 최영민(김유정, 뭉태, 구장), 김선윤(점순), 김한나(박녹주, 채봉) 출연.

전석 3만원.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6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3시. 월요일은 공연을 쉰다. 053)655-7139.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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