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절반 이상 경상도 출신
#조선인 1세대 무국적 선택
#가정선 러시아말도 못 쓰게
#2, 3세대는 주류층 자리 잡아
"춥고 낯선 땅에서 고국을 그리던 세월이 벌써 77년이나 흘렀습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들을 기억하는 동포들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18일 오후 4시 러시아 사할린의 주도(州都) 유즈노사할린스크 한인문화센터 강당.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와 사할린주 한인회가 마련한 잔치가 시작되자 한국어를 배우는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소고춤, 부채춤 등을 선보였다. 이어 한인노인회원 10여 명도 무대에 올라 트로트와 춤사위를 펼쳤다.
◆망향의 한이 서린 동토의 땅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기간 중 일본이 사할린으로 보낸 조선인은 약 4만 명. 탄광, 공사장 등 힘든 일에 투입된 수많은 조선인이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전쟁만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생활을 버텨 나갔지만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하자 일본군이 자국민들만 챙겨 떠난 탓이다.
조선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을 찾아 수백㎞를 걸어 코르사코프 항구로 모여들었지만 끝내 고국으로 가지 못한 채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며 눈을 감았다.
현재 코르사코프 항구 근처 망향의 언덕에는 이곳에 남은 조선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한국인 정체성 지키려는 노력
해방 후 사할린에 남은 조선인 1세는 온갖 차별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무국적을 선택했다. 소련 국적을 가질 기회가 충분했지만 조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기 싫었기 때문이다.
임정환 사할린주 한인노인회장은 "한인 1세들이 가정에서는 러시아말도 못 쓰게 했다. 자다가 갑자기 깨워도 고향과 친척 이름을 술술 말할 정도로 외우지 않으면 호되게 혼이 났다. 이곳 부모님들은 눈을 감을 때까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우리에게 심어주려고 했다"고 했다.
이런 한인 1세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지금 2, 3세들은 러시아 주류층으로 자리 잡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러시아 최초 사립대학인 사할린경제법률정보대학교를 설립한 강영복 총장, 사할린 주정부 정 발레리 의원을 비롯해 2011년 세계한민족여성재단(KoWinner)이 선정한 '세계 한인 여성 사업가 25인'에도 사할린 출신이 3명(가가린호텔 권행자 대표, 레스토랑 '랑데부' 최정순 대표, 사할린경제법률정보대학교 정순덕 부총장)이나 선정됐다.
◆대구 청년들의 꾸준한 위문
일제강점기 때 부산항이 강제 동원을 떠나는 출발지였기 때문에 사할린으로 간 조선인 중 절반 이상은 경상도 출신이다. 이런 사연으로 대구지역 청년들은 벌써 10차례나 사할린 동포 위문을 위해 현지를 방문해 오고 있다. 1996년 학술 세미나로 사할린 한인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는 매년 사할린 동포를 찾아 위문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5~19일 방문에서도 망향의 언덕과 사할린희생사망동포위령탑 등 한국인들의 한이 서린 곳을 찾아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하태균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장은 "강제노역으로 조선을 떠난 동포 상당수가 경상도 출신인 만큼 사할린 동포와의 교류에서 대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작은 정성이라도 꾸준히 관심을 두고 교류할 때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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