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억 들인 '불꽃 속으로' 세트장 철거 위기

'재난위험시설' 구조안전진단 B등급 받아

포항시 도음산수련원 내에 설치된 드라마
포항시 도음산수련원 내에 설치된 드라마 '불꽃 속으로'의 세트장인 실물 크기의 옛 청와대 건물. 포항시가 15억원이나 들여 만들었지만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돼 2년 만에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포항시 제공

재정 낭비 논란을 부르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던 드라마 '불꽃 속으로'의 세트장(본지 2013년 10월 1일 자 보도)이 철거 대상 신세로 전락했다.

포항시가 2년 전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불꽃 속으로' 제작을 위해 15억원을 들여 만든 옛 청와대 세트장이 최근 구조안전진단 결과, 재난 위험시설인 E등급을 받았다. 드라마 한 편만 찍었을 뿐인데 일반인들이 관람조차 할 수 없는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포항시는 2년 전 당초 '강철왕'이었던 이 드라마 지원을 둘러싸고 시의회와 마찰을 빚었으며, 진통 끝에 '불꽃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종편채널에서 방영됐다.

포항시는 당시 "드라마 방영 후 역사 교육장이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지난해 단 한 차례 드라마 촬영이 이뤄졌을 뿐 지금까지 별다른 촬영 없이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은 최근 구조안전진단 결과 최하 등급을 받으면서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E등급의 건물은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돼 철거 대상으로, 사용을 제한하거나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

막대한 시 재정을 투입하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 하게 되면서 책임 규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의회 김상민 의원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매우 위험한 시설로 판명됐다"면서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만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다중 이용 시설로는 부적합하지만 가설 건축물이므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뮤직비디오 등 다른 촬영장으로 활용한 뒤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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