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비타민 꼭 먹어야 하나요?"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이 비타민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저런 비타민을 먹고 있는데 계속 먹어도 되는지, 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대답을 망설인다. 비타민 제제 복용이 건강에 뚜렷한 이득을 준다는 보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타민 복용이 사망률을 더 높이고, 특정 비타민이 특정 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의사 중 일부는 비타민 무용론을 넘어서 비타민 복용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많은 의사는 비타민 섭취를 권장하고 때로는 고용량의 메가비타민을 추천하기도 한다.

우리네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비타민 결핍은 늘고 있다. 심한 비타민 결핍은 동맥경화와 암, 골다공증 등 만성 질환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종합비타민 제제는 가격이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비타민 제제를 선택할 때는 우선 자신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종합비타민이 꼭 필요한 사람은 알코올중독자나 흡수장애 환자, 채식주의자, 위 수술 환자, 대사 장애 환자, 혈액 투석환자, 특정 비타민 결핍 환자 등이다.

또 비타민 제제를 선택할 때는 제조회사가 분명한 제품을 택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출처 불명의 제품은 과도한 용량으로 인한 독성이나 중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A는 임산부나 흡연자는 복용을 피한다. 태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흡연자는 폐암 발생률을 높였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E를 고용량(하루 400단위 이상)으로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된다. 비타민A, D, E, K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고용량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 외 비타민은 수용성으로 고용량을 복용해도 큰 부작용은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로 비타민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고 확실히 이야기할 순 없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먹어도 해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식사로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비타민 결핍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비타민 제제를 권한다. 또한 고령층은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절 위험이 증가하므로, 비타민D 제제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신체에 중요한 미량원소다. 부족하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견과류 등을 골고루 먹는 것은 독성 우려가 없고, 각종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비타민은 약이 아닌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바쁜 일상생활과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충분한 비타민 섭취를 할 수 없다면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종합비타민 제제를 복용해도 된다. 그러나 비타민 제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인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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