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자체의 경쟁적인 드라마 세트장 예산지원 문제 있다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경쟁적으로 유치한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종영 후 금세 잊혀지는 드라마의 속성상 관광객의 발걸음이 곧 뜸해지고 사후 관리도 어려워 골칫거리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세트장은 각 시'군의 지역 홍보 욕구와 방송사의 제작비 절감책이 맞아떨어지면서 2000년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반짝 특수'를 누리고 홍보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성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에도 벗어나기 어렵다.

경북에서는 문경'상주'안동'울진 등 여러 지자체에서 일찌감치 드라마 세트장 건립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촬영장으로 오랫동안 재활용을 하면서 주변 관광명소나 지역 축제와 연계한 문경 세트장 이외에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포항시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불꽃 속으로' 제작을 위해 15억원을 들여 만든 세트장이 구조안전 진단 결과 철거 대상 신세로 전락했다고 한다. 단 한 차례의 드라마 촬영 후 지금껏 별다른 쓰임새도 없이 내버려두다가 기어이 뜯어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경산시가 2억5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도 시청률 부진으로 일찍 종영되면서 '무턱댄 지원' 논란과 '예산 낭비' 시비에 휩싸였다. 대구시'경북도와 함께 6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 영화 '갓바위' 또한 말썽만 무성한 가운데 상영관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의 지속적인 관광 자원화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경제 효과나 사업 타당성을 자세히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드라마 세트장 유치는 지양해야 한다. 기왕 만들어 놓은 세트장 또한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 등 지속 가능한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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