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무원연금 개악, 여야는 전면 재검토해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합의는 전형적 물타기

국회 처리 강행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 필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어려우면 차차선(次次善)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협상"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갈등이 많은 국가적 과제를 대타협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예정대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소리다.

국민이 비판하든 말든 제멋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여야가 합의했다지만 '합의'가 아니라 '야합'이었고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의 말은 낯 간지러운 자기 합리화의 극치다. 차선도 아닌 차차선은 '선'이 아니다. 이는 합의안의 재정부담 감축 효과는 6년 뒤면 사라진다는 추계결과가 잘 보여준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그것에 맞게 잘못을 고쳐야 한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더 기만적이다. '사회적 합의'는 특정 사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합의가 사회 전체 차원에서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붙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합의는 역시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내년 총선 때 공무원 표를 의식한 여야의 이해타산과 우리 후손이 빚더미에 짓눌릴 수밖에 없음을 뻔히 확인하고도 공무원 단체의 힘에 밀린 결과다.

더 기가 막히는 야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한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올해부터 2083년까지 1천668조8천230억원이 연금급여로 더 지출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고 있다. 이를 충당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8%로 2배 높이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짜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으나 여야는 철저히 무시했다.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비판여론을 물타기 하려고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매우 질 나쁜 초점 흐리기다.

이러한 야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민의 뜻은 이미 확인됐다. 그렇다면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와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규칙 등을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입만 떼면 국민을 위한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진정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회 처리를 강행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단호히 맞서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결단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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