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세월의 기차를 45년이나 타고 7학년 역에 도착하니 시간도 삶도 여유로워 이런저런 옛일이 생각난다.
남편은 지방 출장을 다녔고 난 갓난 아들을 키우면서 철없는 생각으로 슈퍼마켓(구멍가게)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출장을 가고 갓난 아들과 자고 있는데 한잠을 잤을까? 잠귀가 밝은 나는 비몽사몽 간에 귀에 들리는 소리가 톱으로 쇠를 자르는 것 같았다. 한참을 들어도 같은 소리였다. 도둑이 들었다 생각하니 간이 콩알만 해지고 몸은 굳어서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조금 후 톱질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아들을 방에 눕혀 놓고 속옷 차림으로 살금살금 기어서 슈퍼 문으로 나갔다. 지나는 행인이 쳐다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옆집에 살던 오빠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가서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하니 오빠는 몽둥이를, 조카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우리 집에 와서 좌판 밑이며 사방을 둘러보며 도둑 나오라고 소리를 치고 야단법석을 떠니 미닫이 방문이 스르르 열리며 출장 갔던 남편이 나왔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남편도 그 옷차림으로 어딜 갔다 오느냐며 더욱 놀라워했다.
집 구조상 대문은 옆에 있었고 앞쪽에 가게 가운뎃방 뒤쪽에 부엌이 있었다. 남편은 대문으로 들어와 양치질을 하고 있었는데 난 양치질 소리가 쇠 자르는 소리로 들려 서지도 못하고 무릎으로 기어서 오빠 집으로 간 것이다. 도둑이 머리에 인식되어, 소리를 잘못 들어 한밤중에 쇼 아닌 쇼를 했다.
늦게 우리 집에 온 올케는 갓난아이를 혼자 두고 왔다고 야단치면서 '도둑님'하고 잘 살아 보라며 돌아갔다. 그 후로 나는 45년을 별일 없이 이젠 고인이 된 두 분을 가끔 생각하며 '도둑님'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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