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철학이 있는 식탁

철학이 있는 식탁 / 줄리언 바지니 지음 / 이용재 옮김 / 이마 펴냄

음식은 오늘날 개인의 고유한 취향은 물론 최신 소비문화 트렌드를 잘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기호 중 하나다. 미디어와 SNS를 통해 음식에 대한 욕망과 찬탄이 쏟아지는 오늘날은 가히 '음식 르네상스'의 시대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식탁은 유행, 상식, 주워들은 의견, 편견, 합리화된 욕망이 뒤범벅된 채 음식과 맺어야 할 관계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가장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관계와 윤리,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먹는다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품성과 윤리를 살펴본다.

저자가 제기하는 음식 관련 담론은 자못 도발적이다. 우리가 다소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던 지역 생산 식재료, 식량 자급자족, 채식주의 등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에 대해 저자는 치밀한 논리로 반박한다. 지역 생산에 드는 비용과 식재료 수입에 드는 비용을 실제로 비교하면 교역에 의존하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이며, '맛'의 측면에 있어서도 무리해서 자급자족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논리에 가장 충격을 주는 부분은 채식과 육식, 도축을 다룬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자연 방목은 실제로는 동물에게 매우 불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사육 방식이며, 단지 육식을 피하기 위한 채식이라면 환경이나 동물 복지의 차원에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선 도덕적 회의를 품는 게 중요하며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375쪽, 1만7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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