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어린이 언어발달장애

36개월 지나도 문장 못 만들면 언어치료 필요

아이가 만 3세가 돼도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언어발달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아이가 만 3세가 돼도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언어발달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7세 이하 중 5~8% 언어장애

#언어 느려 지능 악영향 '문제'

#돌에 '빠빠' 반응없으면 주의

#2~6세 부모 참관한 놀이치료

주부 이모(37) 씨는 요즘 말이 늦은 아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6개월이 지나도록 아이가 두 단어 이상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한두 단어로 의사 표현을 하거나, 답답하면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다. 병원에서도 청각이나 뇌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아이의 말은 더디기만 하다. 이 씨는 "어린이집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타인의 말에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고 언어를 익힌다. 그러나 인지나 사회성, 운동 등 다른 발달 영역은 정상인데도 언어발달은 자기 나이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언어발달장애는 소아기의 발달장애 중 가장 흔한 증상이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아동 중 5~8%에서 말'언어 장애가 발견되고,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2배가량 많다.

◆언어발달 안 되면 행동 장애 이어져

언어발달장애는 청각장애나 지체장애, 자폐, 뇌성마비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있거나 발성기관에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언어자극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하거나 아동학대, 방임, 부모의 사회경제적'정서적 환경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청각장애가 있거나 다문화가정에서 부모의 한국말이 서툰 경우에도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지적 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과 비슷하게 언어가 발달하지만 속도가 더 늦고,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한다.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고, 운동 발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만 2, 3세가 돼서야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자폐성장애 아동도 대부분 언어발달이 늦다. 자폐성 아동 중 25∼30%는 15개월에서 2세 사이에 말을 하더라도 무의미한 단어를 반복하거나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자폐아의 75∼80%는 지적 장애를 동반하며, 중증일수록 언어 장애가 더 심하다.

단순언어장애는 대부분 2살 때 첫 낱말을 표현하고, 새로운 낱말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낱말을 조합하는 시기가 늦고 문장 구사나 문법 습득도 떨어진다. 말이 늦다 보니 또래끼리 잘 지내지 못하고 쉽게 위축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정서나 행동장애, 읽기 장애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세 살이면 문장으로 의사 표현해야

아기들은 대부분 6~8개월이면 '마마' '바바' 등 말의 음절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8∼10개월에 하는 옹알이는 모국어의 소리와 억양을 반영하며 첫 낱말을 이루는 기본이 된다. 언어발달 지연이나 청각장애가 있으면 옹알이가 적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첫 낱말은 12개월에 나타나며, 18∼24개월이 되면 낱말 습득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어휘폭발기'에 접어든다.

만 2세가 가까워지면 대화에서 본격적으로 낱말 조합을 사용하고, 몸짓보다는 말로 의사소통을 한다. 만 3세에는 문법을 배우는 속도가 두드러진다. 3세 아동은 우리말의 기본 구문구조를 활발하게 사용한다. 만 4세가 되면 언어 습득은 거의 완성돼 어른과 비슷하게 말하게 된다.

6, 7세가 되면 우리 말의 모든 말소리를 완벽하게 조음한다. 조음은 입과 성대에서 모음과 자음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ㅍ' 'ㅁ' 'ㅇ'은 2, 3세, 'ㅂ' 'ㄷ'은 3∼5세에 완전히 습득하지만 'ㅈ' 'ㅅ', 초성 'ㄹ'은 6, 7세에 익힌다. 조음이 정확하게 될수록 상대방이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네 살짜리의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생후 12개월이 되어도 한마디 단어도 표현하지 않거나 ▷18개월에 손짓으로도 지적하지 않는 경우 ▷만 2세에 표현 단어 수가 50개 미만이면서 간단한 두 단어를 조합하여 표현하지 않는 경우 ▷3세가 지나도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등은 언어발달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조기 발견이 치료 효과 높아

언어발달이 지연된 조기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언어발달은 지능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언어발달 지연이 5세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우에는 언어나 학습 문제가 지속될 위험이 높다. 말이 늦더라도 점차 언어발달이 회복돼 또래 수준까지 따라잡은 아동이라도 미세한 언어적 문제가 지속되거나,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취학 전의 아동은 일대일 치료가 효과적이다. 언어발달이 주로 일어나는 2~6세 아동은 아동이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놀이치료가 권장된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동의 언어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모는 언어치료 과정을 참관하거나 언어치료 원칙을 집에서도 지켜서 아동의 언어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지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언어치료뿐 아니라 특수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치료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개개인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면서 "언어치료는 음성과, 말, 언어, 지적 능력 등의 상호관계를 우선 이해하고, 장애 유형과 아동의 상태 및 수준, 가족이나 학교 상황,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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