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 운영하며 수천억원대의 판돈을 굴린 기업형 도박꾼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불법 도박 사이트로는 최대 규모다.
경북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는 27일 중국에 소프트웨어 업체를 설립한 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수십 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이 업체 고문 K(34) 씨와 프로그래머 H(57)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에 가담한 이들 중 1천만원 이상 판돈을 건 26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6월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세우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뒤 회원 3만여 명에게서 4천200억원 상당을 입금받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업체 내에 자체 프로그램 개발팀을 두고 수십 개의 도박 사이트를 만든 뒤 각종 스포츠경기에 1회당 5천~100만원까지 걸게 하고 경기 결과를 맞히면 배당금을 주고, 못 맞히면 건 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들이 거둔 수익은 매출액의 21~36%로 최소 922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해킹으로 알아낸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원을 가입시켰으며, 다른 도박 사이트에 디도스(DDos) 공격을 가해 사이트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또 국내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설립한 뒤 취업포털사이트에 유망 IT 기업으로 위장해 개발자를 모집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고액의 당첨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가입 회원들에게 "줄 돈이 없다" "사이트를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당첨금을 깎아버리거나 주지 않는 이른바 '먹튀'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첨금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을 최대화해온 것이다.
도박 참가자 중에는 13억원이나 손실을 보고 삶이 파탄 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 운영자들은 고급 수입차를 몰며 국내 최고급 오피스텔과 태국 유명 호텔에서 파티를 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경찰은 이 회사의 구인광고를 삭제하는 한편, 범행에 이용된 금융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등 범죄 수익금을 환수하고 있다.
천대영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중국에 도피 중인 본사 사장 K(33) 씨 등 9명은 인터폴에 수배하고 형사사법 공조로 추적 중"이라며 "압수한 회사 조직도에서 드러난 관련자 70여 명과 국내 모집책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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