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유엔헌장 서문 그리고 헌장 1조에 명시된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유엔 산하 기구로 1945년 창립됐다. 설립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교육 과학 문화 소통을 통해 국가 간의 유대를 촉진하여 인류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기여한다. 동시에 언어의 수단을 통해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하고 정보 소통 영역에서 상호활동을 긴요하게 활용한다. 글로벌 문화자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국제적 공유의 원칙과 활용규범을 개발하고 선양한다. 인권을 준수하는 바탕에 근거하여 다양성의 인정과 다원주의를 촉진한다. 지식의 나눔에서 접근성과 수용을 확장하면서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유엔 회원국을 지원한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보관 프로그램'은 1992년부터 실시되어 왔다. 목적은 첫째 세계적인 기록문서자산을 효율적으로 보전하고, 둘째 기록문서자산에 세계인이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셋째 세계적인 기록문서자산의 내용 및 존재를 지구 상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귀중한 기록문서자산들이 전쟁으로, 자연재해로, 인식 부족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유엔총회 결의로 유네스코에 이 과업이 주어진 것이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유라시아제국의 문서자산들이 수없이 훼손되고 사라져버린 교훈에서 얻은 결과이다. 유네스코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문서자산은 새마을운동기록, 직지심경, 일성록, 난중일기,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광주 5'18 민주항쟁 사진기록 등이 있다.
유네스코 총장 이리나 보코바 여사가 2009년 취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7대 과제 중 '표현의 자유와 표현 권한의 신장' 조항이 있다. 인쇄, 영상, SNS 등의 매체기술을 통한 사상 흐름 공간의 확보와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는 과업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2007년 대구광역시에서 발간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자료집 1~5권'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당시 한국 언론 보도의 자유정신을 향한 투쟁 행적들을 볼 수 있다. 한국 언론의 빛나는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나라 빚 갚자는 민중의 궐기 정신을 담은 '국채보상취지서' '국채보상단연동맹모금취지서'등이 광고기사 형식으로 신문매체를 통해 표현했던 주권수호 의지와 자유정신, 그리고 이 운동의 보도에 헌신적이었던 신문과 기자들. 영국 기자 배설이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보도에 동참한 행적들…. 대한제국 10년(1907) 시작된 이 질풍노도 같은 국채보상운동은 한국 근대사에서 의미 있는 '팩트'였다. 대구가 첫 발신지였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민간시민운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상황을 질풍노도로 만든 엔진은 언론이었다. 대한매일신문, 황성신문, 만세보, 경향신문, 대한민보 등 14개 신문사의 헌신적인 보도가 없었다면 그 짧은 시간에 전국적인 국민적 분기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랏빚을 갚자는 민중의 함성을 보도하다가 신문사는 폐간되고, 기자는 구속됐다. 표현의 자유는 감시를 받게 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결행한 한국 언론의 역사적 발자취가 아닐 수 없다.
국채보상운동 당시 언론의 행적들은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 실천이었다. 국권 수호의 민중 함성에서 보여준 자유정신, 한영신문 발행을 통한 언론의 국제화 시도, 그리고 민중의 높은 문해력 등이 많은 언론사의 활약을 가능케 했었다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가 역점적으로 표방하는 '표현의 자유와 표현 권한의 신장'을 당시 한국 언론에서 볼 수 있었다. 107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당시 한국 언론이 보여준 '표현의 자유의지와 신장'은 유네스코를 비롯해 오늘날 세계인이 공유한 가치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금영철/대구대 명예교수'(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이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