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벌써 폭염주위보가 내려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하는 계절이 왔다. 차에 오르니 차 안은 열기로 가득 차 사우나를 방불케 한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차를 운전하여 오늘은 대구 북구 태전동에 위치한 쎈짐 칠곡지부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초창기 주짓수 시합에서 전국을 평정하고 훈 마차도 주짓수 두 번째 블랙벨트인 이형걸 관장을 만났다.
"사람들이 저를 반 박자라고 불렀어요."
주짓수를 하면서 서브미션의 속도가 빨라, 보통 사람이 서브미션으로 탭 받아내는 속도보다 반 박자 빠르게 탭을 쳐야 부상을 안 당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이 관장은 시골 출신인데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해서 처음에는 동호회 활동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련하면서 1년 정도 했고, 그 후 2003년 대구에 체육관이 생기면서 제대로 수련을 시작했다. 그때는 마른 체형이어서 덩치 큰 사람들과 스파링을 하면 항상 더 많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과 탁월한 유연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발전된 주짓수를 구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합에 참가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이재훈 관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합에 자주 참가해 30여 번의 우승으로 초창기 우리나라 주짓수의 전설이 되었다.
"정찬성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첫 번째 경기에서 5번 정도 암바를 잡았는데 탭을 치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UFC의 스타가 되어 있는 정찬성 선수를 주짓수 경기에서는 두 번 다 이겼지만, 종합격투기 시합에서는 두 번 다 지고 말았다. 첫 번째 시합에서는 3라운드를 끝내고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으로 한 라운드를 더했고 4라운드까지 하면서 5번 정도 암바를 잡았는데 정 선수는 끝내 탭을 치지 않았고, 몸을 비틀어 어떻게 해서든 탈출하더라는 것이다. 그때 이 관장은 정 선수의 근성을 보고 성공할 선수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 관장의 체육관 시작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서른이 넘어가기 전에 체육관을 시작하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이 관장은 자신의 목표에 따라 나이가 서른이 되던 해 체육관을 열었다. 체육관을 연 날은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이었다.
이 관장은 "내가 본관 사범일 때와 관장이 되고나서의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더라"고 했다. 본관에서 사범 생활을 할 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정신이 시합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관장이 되고 난 후에는 제자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한다. 제자들의 실력이 발전해서 자신에게 가드 패스하고 스윕을 하는 걸 이제는 즐기는 경지에까지 왔다고 한다. 시합에 많이 참가하던 시절에는 가지지 못한 여유 있는 주짓수가 나이 들면서 몸에서 배어 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주위에 체육관이 몇 곳 생겼는데,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보고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쎈짐 칠곡지부는 사실 낡은 듯 보이는 체육관은 아닌데, 이제 곧 인테리어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체육관에는 매트와 샌드백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게 각종 운동기구와 시설들로 사용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추어야 경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르치는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없고, 눈에 들어오는 시설이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 낙후된 시설로는 경쟁의 시작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 시설에 재투자하려고 한다.
"주짓수는 나의 삶이에요. 그래서 게을러질 수 없어요."
이 관장은 "모든 것이 게으르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주짓수만은 절대 게으르지 않다. 주짓수는 유기체처럼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며, 지속적으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없다. 신기술이 나오면 자신의 방식으로 파훼법도 연구해야 하고, 또한 스스로 도전하는 무술이다. 또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무술이기에 운동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한다.
앞으로 종합격투기 쪽에서도, 주짓수 쪽에서도 좋은 제자들을 길러내면서 각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는 이 관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하다.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