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청소년] 남편 사별 후 아이가 이상 행동을 해요

■고민=저는 현재 남편과 사별하고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딸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싸거나 심하게 손가락을 빨고, 물어뜯는 행동들이 눈에 띄게 나타나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딸아이는 처음에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서 보지 못한다는 것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 등이 남편이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 띄게 나타나는 행동들을 보이니 걱정이 됩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저도 많이 힘이 드는데, 아이까지 이상 행동들을 보이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해법=여러분도 어릴 때, 학교 앞 교문에서 병아리 한두 마리를 사서 키웠던 추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필자도 봄이 되면 샛노란 병아리 두 마리를 봉투에 담아 와서 열심히 모이도 주고 키웠지만,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병아리들을 보면서 며칠을 펑펑 울었는지 모릅니다. 정성을 다해 잘 키우지 못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유년기에 이러한 경험은 또 다른 세상인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동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 형제, 친구 또는 반려동물과 같이 자신과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할 때, 행동이나 정서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죽음에 대해 독특한 방식으로 반응하겠지만, 아동과 청소년들은 발달수준에 따라 죽음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죽음을 되돌아올 수 있는 것으로, 잠을 자는 것과 동등한 것으로 생각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아동의 상실감은 떠난 사람에 대한 분노로 표현되고, 이 분노를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체되기도 합니다.

이 연령대의 아동들은 부모나 조부모 같은 양육자의 죽음에 대해 누가 자신을 돌보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의 탓도 있다고 믿게 됩니다. 따라서 다음에 죽을 사람이 자신이 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면, 사례 아동처럼 야뇨증이나 손가락 빨기 등과 같은 퇴행적 행동을 보이거나 지나치게 의존적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슬픔을 짜증이나 공격적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은 죽음의 원인을 이해하고, 죽음을 불가피한 것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지각함과 동시에 우울, 분노, 죄책감, 혼란 등과 같은 강렬한 정서적 반응도 나타납니다. 또한 수면이나 섭식 문제를 나타낼 수도 있고, 반사회적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른같이 행동하기 위해서 슬픔을 통제하고자 억압하는 경향성이 높고, 도움이나 위안을 요청하는 것이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라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실제로 학교 부적응 청소년들을 만나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부모나 양육자(조부모 등)의 죽음 이후에 상실의 슬픔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다 결국 마음의 문을 닫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으로 누군가를 허락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례 아동은 아빠가 지병으로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관계로 일찍 철이 들었고, 또래에 비해 인지적으로 발달력이 빠른 편입니다. 아동은 자신이 울면 엄마가 더 슬퍼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정을 억제했고, 아빠의 죽음에 대한 비합리적인 죄책감의 짐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다가 퇴행적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라 안타까움이 큽니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아동은 책임이 없다는 것과 지속적으로 엄마의 보호와 양육을 받게 될 것임을 알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슬픔은 밖으로 표현돼야 하는 것이며,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슬픔도 다 표현되어야 하는 소중한 것임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빠에게 자신이 잘 참아내고 있고, 아빠를 잊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고백의 편지쓰기를 통해 아동이 느끼는 슬픔이 소홀히 다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죽음에 대한 계속된 설명과 다른 사람들이 죽을 위험이 적다고 안심시키는 것도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아동들은 자신의 고통은 끝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아동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감소될 것이고, 계속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아동에게 긍정적인 것들을 기억하도록 하고, 좋은 시간을 기념하도록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편 부정적인 기억이나 나쁜 상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여러 상황에 미리 접목해 보는 계기가 되도록 합니다. 또한 아동의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에 대한 대처를 위해 아동에게 해야 할 일상생활이 있고 그것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 아동을 돕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엄마가 아동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기 것이므로 아동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법,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 슬픔과 상실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가능한 방법들을 알려줌으로써 엄마와 아동이 슬픔을 극복하도록 엄마와 아동이 함께 상담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동은 느끼고 있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인들과 함께 대화를 통해 어른들의 감정표현 방식을 모델링하고 대처하는 방법들을 배워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어루만짐이 아주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아동의 가슴에 작은 새싹이 돋아나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진현숙/경북대 아동가족학과 상담학 박사과정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