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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오묵(五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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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형(墨刑)은 죄인의 이마나 팔뚝에 검게 먹줄로 죄명을 새기는 형벌이다. 눈에 잘 띄게 죄인의 얼굴과 팔뚝의 살을 따고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었다. 자자(刺字)나 경형(黥刑)이라고도 불렀는데 '경을 치다'라는 말은 여기서 비롯했다.

묵(墨)은 어둡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큰 낭패를 보거나 근심으로 낯빛이 어두울 때 먹빛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고사에는 세상 도리나 물정에 어두운 경우를 '묵묵'이라고 했다. 맹인 악사 사광(師曠)의 '오묵'(五墨) 고사도 유명하다.

춘추시대 진(晉) 평공이 사광에게 물었다. "앞을 못 보니 고통이 심하겠다"고 하자 사광이 "세상의 다섯 가지 어두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평공이 의아해하자 사광은 "관리가 뇌물을 받고 백성을 수탈해도 군왕이 모르고 있는 것이 첫 어두움이고, 재주도 없고 불초한 자가 높은 자리를 차지해도 모르면 이 또한 어두움입니다. 간신이 나라 창고를 비우는데도 모르고, 백성이 가난에 지쳐 있는데도 모르고, 관리들이 부정과 악을 은폐하는데도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어두움입니다. 나라에 이런 어두움이 가득하면 위태롭지 않은 경우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정부의 무능과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다 각종 공직 비리로 위기를 부르고 개혁은커녕 위기관리도 못 하는 정부에 대해 야당과 비판적 여론이 뭇매를 가하고 있다. 국가 위기에도 마치 남 말하듯 하는 대통령의 화법도 국민 귀에 크게 거슬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SNS에는 젊은 층이 쓰는 '아몰랑'(아, 몰라)과 같은 조롱과 비아냥이 넘쳐났다.

패러디는 그저 패러디일 뿐 메르스 사태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심정은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를 주시하는 국민의 눈빛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흠이자 부담이다. '세월호가 침몰해도, 감염병이 돌아도 우왕좌왕,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든 건, 정부 자신'이라거나 '격리자 1천364명… 박근혜정부를 격리하라'는 일각의 목소리는 분명 과도한 질타다. 하지만 악화하는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묵형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쩌면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게 불신의 확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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