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5일 병원명 비공개 원칙을 깨고 '평택성모병원'을 공표하고 '평택성모병원 방문자 전수 조사'라는 강수를 빼든 것은 이 병원이 메르스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현재까지 확인된 메르스 확진자 42명 중 30명이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사례 중 다수도 이 병원에서 파생된 감염으로 파악됐다. 최초 감염자로 인해 수십 명에 이르는 원내 감염이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평택성모병원의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민간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아 환경검체 조사 등을 벌인 결과 이런 의심은 대체로 사실로 드러났다. 메르스 민간합동대책반의 역학조사위원장인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병실마다 있어야 하는 환기구와 배기구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에어컨이 찬 공기를 배출하면서 바이러스를 가스(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내뿜은 것으로 의심된다.
5개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꺼내 조사한 결과 RNA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된 것으로 미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하고 있다. 병원 내 환자 손잡이 등 다른 환경검체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환기'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병실이 병원 전체를 바이러스 체임버로 만든 셈이라고 조사팀은 지적했다.
조사팀이 발견한 또 하나의 바이러스 전달자는 의료진이다. 환자가 집중 발생한 병동에 근무한 간호인력들도 확진자로 나왔는데, 이들이 감염된 상태로 병실을 돌면서 병원체를 더욱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평택성모병원 측은 보건당국이 에어컨'의료진을 통한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제기하자 "선의의 피해자를 희생양으로 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평택성모병원 간부는 "최초 감염자 입원 병실에 환기구가 없었지만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에어컨 없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보건당국 설명대로 에어컨이 주범이라면 당국이 부정하는 공기감염 아니냐"고 따졌다. 또 "훨씬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확진 판정이 난 것으로 아는데 간호사들만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지난달 21일 8층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며 병원 측에서 메르스를 '쉬쉬'했다는 비난도 있는 데 우린 보건당국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메르스 환자인 줄 모르고 입원시킨 것이 의료사고냐"며 "보건당국이 초기대응을 잘못해 놓고 이제 와서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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