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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에세이 산책] 폴란드 정비사 '실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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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자동차정비사 '실버스타'를 만난 건 2010년 초겨울이었다. 실버스타가 본명인지 아닌지 아직까지 난 모른다. 예명이 아닐까 싶다. '츠코프'나 '야고프' 뭐 이런 끝머리 이름이 폴란드식이지, 제가 무슨 영화배우라고 영어식 이름이냐는 생각에서다.

유럽에서 나의 두 번째 애마는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보이저'라는 차였다. 한국의 카니발 급인 7인승 승용차이다. 보이저 역시 20만㎞를 탄 '노병'이라 탈이 나지 않으면 이상했다. 구입한 지 5개월이 되던 그해 11월인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미처 부동액을 갈기도 전에 그만 라디에이터가 터졌다. 영하의 날씨에 시동을 거니 갑자기 보닛에서 연기가 '퍽' 나더니 라디에이터에서 물이 줄줄 새는 참변을 맞이했다. 무식하니 용감한 건지 용감하니까 무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골병든 차를 끌고 며칠을 더 다녔다. 그 결과 엔진의 피스톤 소리가 심상찮았다. '부르렁' 거리며 매끄러운 속살 같은 느낌을 줘야 할 엔진이 '푸드덩 푸드덩' 마치 이빨 빠진 노새가 독감에 걸려 재채기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제야 이놈이 제 명대로 못살겠다는 생각으로 정비소에 갔다. 엔진과 라디에이터 수리비로 30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고 '우울'이다. 그렇게 며칠 우울하던 차에 한 한인 교포의 소개로 자동차정비사 실버스타를 만난 것이다.

나이 서른도 안 된 실버스타는 나의 병든 노새를 보고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걸 고쳐봐야 또 다른 문제가 생기니 그냥 폐차하라는 거였다. 믿기지 않았다. 고치면 몽땅 제 돈벌이가 될 텐데, 게다가 비록 10년 된 차이지만 내외관이 훌륭하다 못해 번지르르한 차를 폐차하라니, "이 놈 이거 엉터리네" 라는 생각으로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수 없이 실버스타의 권고대로 중고차 수출업자인 한 흑인에게 차를 그냥 주다시피 넘겨야 했다.

이후 실버스타와는 4년간 인연을 더 이어나가며 나의 차와 동고동락을 했다. 그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바로 '정직'이었다. 어떤 경우에서든 원칙대로 말하고 원칙대로 판단을 내렸다. 그 원칙 때문에 답답했지만, 그의 원칙은 믿음과 신뢰의 양분이 되었다. 그는 정비기술에 대해 배운대로, 법대로, 그러면서 손님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줬다. 자신의 이득을 전제하지 않고 손님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니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모른다. 실버스타와 헤어질 때 그에게 내가 애지중지하던 많은 물건들을 아낌없이 주고 올 정도였다. 언젠가 소주와 새우깡을 건네며 '코리아 보드카'라고 했더니, 그걸 먹어 본 실버스타는 '코리아 보드카 굿'이라며 웃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언젠가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을 들고 1만2천㎞ 떨어져 있는 그를 만나러 갈 날을 기약해본다.

군위체험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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