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천에서 불리던 '김천 아리랑'의 실체가 확인됐다.
가요연구가 민경탁(63'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 부지부장) 씨는 1948년 발간된 '조선민요집성'(김사엽'최상수'방종현 공편, 정음사, 1948)에 김천지방의 '모심기 노래', '계화타령', '김천지방 산타령(산영애)', '노정기'(路程記), '넘어가자' 등의 속요와 함께 김천 아리랑의 가사가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조선민요집성은 8'15 광복 후 처음 나온 본격 민요집으로 민요 연구의 선구적 가치를 지닌 희귀 도서. 영남 출신의 국문학자 김사엽 교수와 민속학자 최상수 교수가 주축이 돼 영남지방의 잡가, 속요, 민요를 채집해 다량으로 수록했다.
민경탁 씨는 "김천 아리랑은 아리랑의 형성 및 변천사로 보아 1940년대 중반 김천지방에서 성행하다가 맥이 끊어진 아리랑 소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리랑 형성 후기에 불렀던 것으로 보이는 김천 아리랑은 3음보 2행 10연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사 중 '약물내기'는 김천 황금동의 약수 계곡을 낀 동네이름이며 '딸닷네'는 약물내기 폭포수 아래서 술장사를 하던 아낙네를 가리킨다. '남산'은 김천 남산동의 작은 산을 가리킨 듯하다.
'물여다 놓고서 거렁지 보니/촌갈보 노릇하기'(문경 아리랑과 동일), '울 넘어 담 넘어 꼴 베는 총각/눈치만 있거든 떡 받아 묵게 …… 손목 잡고서…… 물 같은 손목이 자그라지네'(구미 아리랑과 동일) 등의 구절은 아리랑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민 씨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인 김천에서 아리랑 소리가 유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의문스러운 일이다"며 "이번에 그 가사가 발견된 것은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했다.
그는 또 "문경'상주'봉화'예천'구미'안동아리랑, 영천 아리랑 등이 전승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노래의 가창 기능 보유자나 음원이 추가로 발굴하거나 이 가사를 토대로 '김천 아리랑'을 부활'전승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울 넘어 담 넘어 꼴 베는 총각
눈치만 있거든 떡 받아 묵게
떡일랑 받아서 옆에 놓고
요 내 손목 잡고서 하소하네
어다야 총각아 내 손목 놓게
물 같은 손목이 자그라지네
약물내기 딸닷네 술 한 잔 주게
사방공사 떼돈 벌어 술값 줄게
물 여다 놓고서 거렁지 보니
촌갈보 노릇하기 영 글렀네
남봉이 났네 남봉이 났네
남의 자식 실남봉 났네
간 데야 족족 정다리 놓고
이별이 잦아서 못 살겠네
강원도 큰애기 베짜는 소리
길 가는 행인이 길 못 본다
남산에 풀잎은 필 똥 말 똥
정든 님 소식에 영 글렀네
나물 뜯으러 간다고 깡새 말고
신경이 두 톳을 사다주지나.
'김천(金泉)지방'
- 김사엽 외, '조선민요집성'(정음사'1948) 244-245쪽 (띄어쓰기와 맞춤법, 민경탁 씨가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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