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은퇴] 50대 후반의 퇴직한 남성 노후자금이 걱정

■고민= 지난해 회사를 퇴직한 5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자녀는 1명이고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아내는 친구와 가게를 동업하면서 약간의 생활비를 벌어오고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잠시 재취업해서 일했지만, 현재는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60대를 맞이하면 노후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가 노후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은 매월 8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국민연금과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1천650㎡ 정도의 밭이 전부입니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는 시가 3억원 정도입니다. 이와 같이 부동산 외에는 딱히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것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 부동산을 이용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해법= 우리나라 대부분 중년층은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부동산 자산을 이용해서 노후생활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거주 중인 부동산을 팔아야 노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며, 노후의 거주계획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이용해서 노후생활을 하는 방법은 주택을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다운사이징, 현재의 주택에서 살면서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 수익형 부동산을 이용하는 적극적인 투자 등이 있습니다.

첫째,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다운사이징의 경우입니다. 노후자금으로 고민하는 중장년들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중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매각한 후, 저렴한 소형주택으로 옮겨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30, 40대의 젊은 계층이 수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수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아파트 매물이 많이 쌓여 있지만, 경기침체와 기업의 고용 불안정으로 매수세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실정입니다. 지난해부터 전세와 월세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매수가 다소 늘어나고 있지만, 은퇴를 맞이한 72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의 부동산 매물을 소화해내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상담자의 경우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주택을 팔아서 줄여야 하겠지만, 부동산을 매각할 수 없는 경우도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주택을 매각할 수 없다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활용해서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www.hf.go.kr)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입니다.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방법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중 주택연금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2만1천523건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이 주택연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결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답니다. 주택연금은 노후에 자기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기 때문에 임차비와 연금을 합쳐서 받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당히 많은 금액을 받는 셈이므로 노후자금이 부족한 경우에 사용하기 매우 좋습니다. 주택연금 가입 시 평생 받는 연금액이 결정되므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만 60세의 경우 주택의 감정가액이 3억원이면 약 68만원의 연금이 지급됩니다. 질문하신 분께서 국민연금이 80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는데, 주택연금으로 60여만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노후생활에 필요한 최저 생계비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전화번호 053-430-2400)에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셋째,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생활을 하는 방법입니다. 부동산을 줄여서 마련한 자금으로 상가나 원룸과 같은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여 매월 임대료를 받는 방법입니다. 좋은 입지에 수익형 부동산을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임대수입이 들어오면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입지의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매입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서민형의 저렴한 부동산을 사게 됩니다. 이 경우 인구감소, 장기적인 경기침체, 상권의 변화 등으로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위험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좋은 자리의 부동산일지라도 노후생활 중에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병에 시달릴 경우에 직접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을 활용하는 전략은 안정적인 노후생활에는 한계가 있는 방법입니다.

넷째, 시골에 있는 전답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몇 년간 베이비부머들의 귀농귀촌이 역사상 최대치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이 좋고, 스트레스가 적은 농촌지역에서 은퇴 후 인생 2막을 연다는 것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 개선, 생활비 절감, 농작물 재배와 같은 새로운 경제활동 등의 다양한 효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농귀촌에 실패하는 경우는 부부 간에 갈등이 생기거나, 농작물 경작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너무 외진 곳에 터전을 잡아서 불만족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상담자께서는 부모님의 고향에 전답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서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거는 시골에 있는 빈집을 인수해서 수리하거나, 아주 작은 규모로 지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대도시에 아주 작은 규모의 집을 마련한 다음 농촌과 도시를 수시로 왕래하며 사는 이동식 노후생활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으로 질문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분석해봤습니다. 하지만 노후생활 계획은 좀 더 종합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주거계획뿐만 아니라, 공동체 생활, 취미 여가, 자기계발, 건강관리, 간병계획 등을 꼼꼼하게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은퇴 후 삶의 단계별(활동기-회고기-간병기-배우자의 홀로 생활기)로 어디서 누구와 어울려 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우재룡/(사)한국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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