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호준의 생활법률 <12> 만원짜리 노역수 VS 2천만원짜리 노역수

'피고인을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아니하는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

이는 형사소송 판결문에 나와 있는 주문 내용이다. 이처럼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으로 대체해야 한다. 실형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제사범의 경우는 교도소, 집행유예나 벌금형만 선고받을 경우엔 구치소 등의 노역장에 유치돼 노역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원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하루 노동의 대가를 얼마로 할지 판결문에 미리 결정해 주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인 하루 노역비는 5만원이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 하루 일당 5만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역비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선고받은 벌금형의 규모와 징역 또는 노역의 최대 기간을 계산해 5만원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엔 노역 일당을 높이기도 한다 .

실제 하루 노역비가 수천만원, 심지어 수억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역비를 높여 벌금을 상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한 지방검찰청이세금 포탈로 6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벌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도피 행각을 벌인 40대를 붙잡아 구치소 노역장에 유치했는데, 벌금이 워낙 고액이다보니 하루 노역비가 '2천만원'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만약 이경우 하루 노역비를 통상의 5만원으로 잡는다면 300년 이상을 노역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벌금형이 확정된 뒤 30일이 지나면 검찰에서 강제징수 절차에 들어가고, 부동산 경매, 재산 압류 등의 조치를 통해 벌금을 거둔다. 그런데도 벌금을 안 내거나 못 낼 경우엔 형법 69조에 따라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노역을 통해 벌금액을 충당(환형유치)하게 하는데 벌금 규모에 따라노역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기도 하는 것이다. 환형유치 기간은최대 3년이다.

# 환형유치 = 노역장 유치라고도 한다. 피고인이 벌금 또는 과료를 납입하지 않는 경우 일정한 유치기간을 정해 피고인을 노역장에 수용해 일하게하면서 그 형을 대신하게 하는 처분이다.

선고 당시 18세 미만에 대해선 노역장 유치 선고를 할 수 없고, 유치 기간을 1일 이상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아무리 벌금이 거액

이라도 유치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 과료의 경우엔 유치기간을 1일 이상 30일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보통 하루의 노역을 금전으로 환산해 이것으로 벌금액을 나눈 일수를 노역장 유치기간으로 정한다. 정해진 환산금액은 없는데, 현재(2014년)는 통상 5만원 정도이지만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다.(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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