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몇 년 전, EBS에서 방영된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편에서 보여준 한 실험이 있다. 같은 사람인데 머리 모양과 옷차림에 따라 그 사람의 직업이나 성격, 호감도 등이 천지 차이였다.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성경에도 보면 영적으로 뛰어난 인물인 사무엘조차도 외모와 키로 다윗의 일곱 형을 차례로 선택한다. 하지만 하느님의 선택은 아버지와 형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궂은 일을 하던 어린 다윗이었다.

'샬롯의 거미줄'에 나오는 펀의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펀이 말리지 않았다면 작고 약하게 태어난 무녀리 돼지, 얼마 안 있으면 죽을 아기 돼지를 죽였을 것이다. 펀의 아버지는 가축을 기르는 전문가이고,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하지 않는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는 돼지는 빨리 죽이는 것이 낫다. 무녀리 돼지를 죽이는 것을 말린 펀은 철이 없거나 어리석은 아이로 비춰진다.

작가(E.B.화이트)는 우리가 보기에 바로 이런 더럽고, 작고, 약한 무녀리 돼지에 징그럽기까지 한 거미 샬롯 등 보잘 것 없는 슬픈 존재가 서로 위해 길들여지는, 유쾌한 울림이 퍼져 나가는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샬롯은 거미줄로 각각 '대단한' '근사한' '겸허한'이라는 말을 차례로 새기는데, 정말 이 말처럼 무녀리 돼지 윌버는 변화되어 간다. 샬롯은 알을 밴 상황에서 윌버가 참가한 품평회장까지 따라가는 위험과 희생을 감수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관점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자신의 시간과 삶을 낭비한 것이다.

사람을 눈에 보이는 외모나 경제적인 가치로 비교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점점 만연되고 심해지는 세상에 대해 작가는 샬롯과 윌버의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 이득 또는 이익을 탈취하기 위한 경쟁이 더 심화하면서 남들과 비교하여 남들보다 외모나 외적인 조건이 더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무의식에까지 스며든 생각은 다른 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가치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자기 내면의 가치가 발현되도록 하기보다 외적인 모습을 꾸미거나 다른 이를 깎아내리는 데 신경 쓰는 것이 아닐까? 학교폭력이나 자기 학대를 하고, 다른 이의 칭찬에는 목말라하면서 다른 이나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거나 인정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까닭이 아닐까?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를 찾고, 얻고자 하는 발로에서 이 샬롯의 거미줄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말한 비밀인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오랫동안 잊힌 진리를 다시 발견하고, 어린 왕자처럼 다시 잘 기억하기 위한 되뇜이 아닐까?

허현 천내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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