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삼나무 숲

편백나무 밀림 3km 한국 최고 산림욕장

상쾌한 공기와 수려한 편백나무 숲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트레킹 길.
상쾌한 공기와 수려한 편백나무 숲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트레킹 길.
산림 치유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치유 숲인 편백나무 숲에서 숲체험을 하는 이용자들.
산림 치유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치유 숲인 편백나무 숲에서 숲체험을 하는 이용자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춰 두었기 때문이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아름다운 건 무엇을 감추고 있어서일까. 들머리 추암 주차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숲길 안내센터에서 좌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축령산 정상으로 향한다.

잡목림 우거진 가파른 600m 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정상(621m)의 팔각정. 이곳은 사방 조망이 압권이어서 축령산의 가장 멋진 뷰 포인트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주위의 잡목림과 완연히 구별되는 편백'삼나무 군락의 푸른빛이다.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주는 멋진 파노라마이다. 수많은 숲을 보았지만 저렇게 생동감 있게 넘실대는 푸른 숲의 신비를 본 적이 없다.

주능선의 건강 숲길을 걷기 위해 금곡영화마을이라고 표시된 이정표(4.34㎞)를 따른다. 두 번째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금곡안내소가 있는 임도에 내려선다. 하늘 숲길로 가기 위해 동쪽의 샛길 이정표를 따라간다. 다시 나타나는 팔각정자.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산골 뒷산 같은 진달래 피는 정겨운 길이다.

다시 5분간 산길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들면 비로소 편백나무 숲에 몸을 담그게 된다. 하늘바라기 쉼터에 도착,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거나 누울 수 있는 긴 나무 의자에서 휴식을 한다. 여름의 눈 부신 햇살에 탄소동화작용이 왕성해진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얼마나 향기롭고 상쾌한지 여기저기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싱그러운 냄새에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이다. 산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항스트레스, 항우울 효과가 뛰어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 효과도 대단하다. 의자마다 사람들이 누워 온몸으로 피톤치드를 호흡하고 있다. 일반 수목보다 4, 5배나 피톤치드를 발산한다는 편백나무, 그 방향(芳香)은 마음까지 스며들어 안락을 주는 자연의 위대한 치유제다.

쉼터를 벗어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숲길이 다하고 임도가 나온다. 오르막길을 따라 몇 분간 오르면 추암마을까지 3.0㎞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 임도를 따라 사방이 삼나무, 편백나무 밀림이다. 밀림의 좌측은 산소 숲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욕장이고, 치유의 1번지인 이곳에는 간편복을 한 사람들이 평상과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나무는 물을 좋아하고 30~40m까지 곧게 자라며, 나무 폭은 1~2m에 달한다. 적갈색 나무껍질이 아름다운 침엽수이다.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이 치유의 숲으로 알려지면서 암 환자는 물론 각종 희귀병 환자들이 건강회복의 희망을 품고 찾는 자연의 초록병원이다. 옛날 중국 황제들이 병에 걸리면 마지막 처방이 인삼탕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의 불치병자들에게 무엇이 마지막 처방이 될까.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저 피톤치드가 사막에 감추인 오아시스처럼 편백 숲을 아름답게 하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순간적인 것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백 향기는 마음의 영원성에 아름다움을 진하게 물들이는 사막이 감춰둔 오아시스와 같다. 편백 숲길은 짚신을 신고 걷는 것 같은 친환경길이다. 상쾌하기 그지없다.

춘원 임종국 선생의 공적비 앞에 섰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극도로 황폐해진 산에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1년간 임종국(요셉) 선생과 부인 김영금(율리아나) 씨가 596㏊에 253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산림녹화에 대한 일념으로 전 재산을 들여 1968년 가뭄 때에는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산길을 올라 숲에 물을 주고, 야간에도 나무를 심었다. 이에 감동한 주민들이 횃불을 밝혀주고 식목을 거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 한 가족의 의지와 신념, 나무 사랑의 집념이 더없이 값진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남긴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도 산림녹화의 기적을 이룬 선생의 정신은 우리를 긴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 있는 숲의 명예전당에도 선생이 모셔져 있다. 역경을 이겨가며 세상을 바꾼 위대한 힘은 이곳에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누구라도 숲을 떠나면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어떻게 나무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해보세요.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씀해 드릴게요. 숲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느낀다.

글 김찬일(대구문학인트레킹회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장익헌

* 트레킹 길: 추암 주차장-춘원 임종국 공적비-축령산 정상(건강숲길)-금곡안내소-팔각정자 지나 하늘 숲길(하늘바라기 쉼터)-임도 합류 우측으로 올라감-다시 임도 삼거리-추암 주차장 이정표 방향으로 감-우리나라 제1의 치유 힐링 피톤치드 숲-습지원-임도-임종국 공적비-추암 주차장

*내비게이션주소: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664(추암마을)

전남 장성군 서삼면 대덕리 356(대덕마을)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590(모암마을)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500(금곡마을)

*문의처: 장성역 버스터미널 061)393-2660

*장성 치유의 숲 안내센터: 061)393-1777~8

*장성군청 문화관광과(061-390-7241)에 안내 문의.

*숙박업소: 추암관광농원(061-394-4600), 축령산 산장(061-393-3593) 등 다수.

*주위의 볼거리: 홍길동 숲마을 체험장(061-393-7001, 010-9432-8964) 문수사, 백양사 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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