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1억 들여 시설 현대화했는데…손님 뜸한 왜관전통시장

"장사 안된다" 울상 짓지 말고 상인들 마인드 리모델링 하라

왜관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일환으로 시장 1
왜관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일환으로 시장 1'3지구에 설치된 비가림 시설. 이곳에는 14개소의 슬라이딩도어 개폐기가 설치돼 환기와 채광이 좋다. 이영욱 기자

칠곡군이 왜관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차례에 걸쳐 모두 121억원을 투입해 시설 현대화를 이뤘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고 있다.

이용객들의 통행로 확보와 노상적치물 철거 등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은 물론, 시장 내 불'탈법에 대한 행정기관의 엄격한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하는데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왜관전통시장은 1981년 개설된 상설시장인 동시에 오일장(1, 6일)이다. 초창기에는 왜관의 대표 음식인 보양탕, 쇠고기구이, 특히 전국적 유명세를 자랑하는 순대국밥을 맛보기 위해 대구와 구미 시민들이 찾으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이 속속 개설되고 승용차 보유가 늘어 쇼핑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왜관전통시장도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쇠퇴일로를 걸었다.

이에 칠곡군은 86억원을 들여 시장 1'3지구에 비가림 시설과 주차장 설치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해 최근 준공했다. 특히 이번에 설치한 비가림 시설에는 슬라이딩도어 개폐기를 적용해 환기와 채광이 원활하도록 했고, LED 보안등 설치와 화재 때 구역별 소화도 가능하도록 했다. 화재에 대한 취약점도 최소화하는 등 최신식 시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2009년에는 시장 2지구에 35억원을 투입해 비가림 시설과 아케이드 등을 설치했다. 시장 입구에서 낙동강변까지 150m 구간에는 도시계획도로도 건설했다. 2지구는 44개 점포와 노점상 3곳이 있는 왜관전통시장 중 핵심이다.

이처럼 왜관전통시장이 재도약할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이용객들을 위한 상인들의 상업적 마인드 등 소프트웨어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지구의 경우, 시장 내 통행로 확보 방안을 두고 상인들과 칠곡군이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칠곡군은 고객 통행로 확보를 위해 인도에 설치된 좌판을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차량통행 금지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1'3지구도 상가마다 좌판이나 시설물을 밖으로 내놓아 고객과 차량 통행에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최윤수(47'왜관읍) 주부는 "2지구는 좌판이 인도를 차지하는 바람에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새로 단장한 1'3지구도 참기름집의 깨 볶는 솥 등 시설물이 바깥으로 나와 있어 지나던 아이가 손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면서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만 짓지 말고 소비자들이 오고 싶은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왜관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세금이 투입됐다. 칠곡군의 행정이 상인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이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불'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시급하다"고 했다.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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