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士)자 직업이라뇨. 농사(事)자 직업이라는 게 더 어울리겠네요."
법무법인 동해의 이용락(53) 대표변호사는 주말이면 시골에 간다. 경주 출신의 그에게 시골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주말이면 그는 직접 자동차를 몰고 포항지역 곳곳의 오지마을을 누빈다. 소위 '있어 보이는' 직업군이 취미로 그러하듯, 주말농장이라도 하는 요량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말끔한 양복 차림의 모양새가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변호사라도 대충 입고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잘 안 믿어줘요. 이렇게 양복이라도 입어야 신뢰를 좀 얻죠."(웃음)
이 변호사는 포항지역 '마을변호사'의 원조다. 마을변호사란 법률 자문을 얻기 어려운 오지마을마다 자원봉사 변호사를 둬 무료 법률상담을 받도록 한 제도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현재는 전국 1천501명의 변호사가 1천412개 읍'면에서 활약 중이다. 이 변호사는 마을변호사란 말이 생겨나기도 전인 2005년부터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며 무료 법률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경주 출신의 그가 포항에 온 것은 지난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구에서 잘나가던 변호사사무소를 운영하던 중 문득 답답한 도시 생활보다는 한적한 고향의 정을 느끼고 싶어 고향 인근인 포항으로 내려왔다. 그가 포항행을 택했을 때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는 '도시 변호사 시골에 가다'는 내용의 기사까지 나왔을 만큼 이슈가 됐다.
"대도시 생활은 답답하죠.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려니 먹고살 걱정에 가족들 반대가 심했어요. 친구들도 포항에 많고, 원래 경주'포항이 한 생활권이다 보니 포항에 오는 것이 괜찮겠다 싶었죠."
포항에 오자마자 이 변호사는 포항중앙로타리클럽에 가입했다. 지역사회에 자신이 얻은 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각오에서다. 그는 '법을 모르면 항상 약자는 피해를 받게 된다'는 생각에 지난 2005년 같은 단체에 가입돼 있던 의사 와 변호사들이 무료 의료'법률상담팀을 꾸렸다. 포항학산사회복지관과 포항시 북구 기계면 등에서 지난해까지 한 달에 두 번, 주말이면 찾아가는 무료 법률상담을 펼쳤다.
마을변호사 제도가 시행되고부터는 남구 장기면'북구 청하'죽장면 등 포항 대표 오지지역에 자원해 마을변호사를 맡았다. 마을변호사 외에도 지난 2012년부터 장애인법률지원 변호사, 포항 죽도어시장'흥해시장 고문 변호사 등 본업보다 곁다리로 맡은 봉사직이 더 많은 형편이다.
올해부터 이 변호사는 더 큰 꿈을 꾼다. 16일 16년간 몸담아오던 포항중앙로타리클럽의 25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봉사활동의 폭을 넓힐 생각이다.
"마을변호사는 법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우리 주위 서민들의 하소연을 듣고 공감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랍시고 양복을 입고 점잔을 뺄 것이 아니라 진정 땀으로 봉사하고 싶습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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