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타공인 '경창' 기술력에 '보쉬' 브랜드 날개 달았죠

손일호 경창산업 회장

손일호 경창산업 회장은 보쉬와의 합작으로 탄생하는
손일호 경창산업 회장은 보쉬와의 합작으로 탄생하는 'KB와이퍼시스템'을 전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업무협약 체결까지 3년이나 걸렸습니다. 경창과 보쉬(Bosch)가 서로 필요로 하고 있기에 인내심을 갖고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달 11일 대구 성서공단 내 경창산업㈜ 본사에서 만난 손일호(62) 경창산업 회장은 독일 보쉬 그룹과의 합작(KB와이퍼시스템㈜) 얘기부터 꺼냈다. "나도 오래 참았고, 그쪽도 오래 참았다"며 너털웃음을 웃던 손 회장은 "1980년대 말 무렵 이미 보쉬와 합작 얘기가 오갔는데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다 흐지부지됐다. 이번 합작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1961년 설립한 경창산업㈜(구 경창공업사)은 경창산업과 KCW, 경창정공 등 3개 사를 둔 대구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회사다. 자동차용 와이퍼뿐만 아니라 오토 트랜스미션, 클러치 등을 생산해 현대'기아자동차와 보쉬 등에 납품하고 있다.

손 회장은 1977년 부친이 세운 경창산업에 입사한 후 1991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에 수출 1억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 순매출액이 5천200억원에 달했다.

손 회장이 보쉬와의 합작을 생각하게 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의 파워를 절감한 경험 때문이다.

"미국 월마트에 우리 와이퍼를 공급했었는데 품질이 우수하니까 거래가 계속 이어졌어요. 그러다 그쪽에서 공급 가격을 30%나 깎아달라고 하더군요. 품질은 자신 있는데, 턱없는 요구를 하니까 황당하더군요. 그래서 3%를 깎아줬더니 그다음부터 거래가 끊어졌어요. 그때 '경창의 살길은 대기업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지요."

손 회장은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 앞에서도 늘 당당했다. 국내에서 현대차를 상대로 자동차 부품업을 하려면 경창을 파트너로 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그 밑바탕에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500억원 이상을 기술 연구에 투자한 뚝심이 있다. 손 회장은 "현대차의 까다로운 납품 검사를 통과할만한 기술력은 경창뿐"이라며 "경창이 (공장을) 세우면 현대자동차가 선다는 각오로 연구에 열정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보쉬와의 합작으로 탄생한 'KB와이퍼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일관라인의 와이퍼 생산시스템을 갖춘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그는 "장비'설비 면에서 세계 최고 공장으로 키울 것"이라며 "보쉬의 설계 기술을 따라잡는 한편, 우리만의 기술자립을 하는 것도 목표"라고 했다.

손 회장은 대구가 제조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 도시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고, 제조분야 중소기업이 많아서 중견기업의 든든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지방자치단체(대구시)도 있다. 손 회장은 특히 경창이 노사 무분규 회사라는 점을 자랑스러워 했다. "이런 좋은 환경을 바탕으로 보쉬의 장점과 경창의 장점을 더한 최고의 합작회사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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