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이어지며 장대비가 절실한 요즘이다. 식수와 농작물이 말라가고, 이에 엎치고 덮쳐 메르스 바이러스까지 기세를 떨치는 가운데, 꽁꽁 동여맨 주머니 사정으로 경기까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듯싶다. 어지간해서는 조명이 꺼지지 않던 거리의 가게들도 일찍 간판을 내린다. 그뿐인가. 청정지역이라던 대구에까지 메르스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친목을 도모하는 크고 작은 행사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는 소규모 모임도 예고 없이 무산되기 일쑤다.
전 국민이 집단 히스테리에 빠져 있는 지금, 약속 파기로 대인 관계에 쩍쩍 실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곧 불볕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 불쾌지수를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얄팍한 걱정 한 장이 마음에 덧대어진다. 그러나 솔로몬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처럼 오늘의 불안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 어수선한 시국에 방구석을 사수하고 불안만 자초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남성은 하루에 최소 3천 단어, 여성은 하루 약 6천 단어를 발설해야만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만약 말 못 할 스트레스가 쌓이면 여성의 히스테리는 스트레스 지수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비장의 묘약은 '폭풍 수다'에 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 만남의 수다에는 간단한 매너 지침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바른 자세와 적극적인 표정, 거기다 진심 어린 마음이 곁들여지면 비로소 여성은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음을 느낀다.
복잡한 감성체계를 탑재한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을 남에게 인지시키려는 욕구 내지는 본능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종족 번식을 위해 화려한 모습으로 발달된 수컷들의 외모와 같이, 스스로를 광고해야 하는 동물적 본능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가가 글이나 그림 또는 음악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이 작은 매너는 수다를 대화로 이끄는 비장의 묘약이다. 대화만으로 막연한 걱정이 해소된다면 대화를 통해 위로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여느 광고에서처럼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오늘 당신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에서 한 가정을 진화시키는 소통 전문가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대화를 통해 걱정을 절반으로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에겐 매일 아침 '하루'라는 선물상자가 배달된다. 그것도 매일 아침마다!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열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반품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민심이 흉흉한 요즘 같은 계절에 알맞은 티베트 속담이 떠오른다.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 우리에겐 분명 즐거운 내일도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자.
뮤지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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