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끄러운 표절 시비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가 1960년에 발표한 단편 '우국'(憂國)은 몇 가지 불편한 점만 빼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옆집이어서 웬만하면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만, 하는 짓마다 형편없어 미운털이 박힌 일본의 작가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불편하다. 물론,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일본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체질적으로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키오의 성향이 극우 민족주의자였다는 것도 탐탁지가 않다. 그는 '우국'을 발표한 언저리부터 평화헌법 폐지, 일본 재무장 등을 주장하는 급진 민족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그는 1970년 11월 자신이 리더인 '다테회'(방패회) 회원과 함께 육상자위대 동부방면 총감을 감금해 시위를 벌였다. 이어,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미시마 사건'이다.

이 소설은 육군 황도파(皇道派, 근대화 이전 천황이 다스리는 시대를 이상향으로 삼아 그때로 돌아가기를 주장한 일본 군부 파벌)의 청년 장교들이 1936년에 일으킨 이른바 2'26 쿠데타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다케야마 중위는 친구들이 반란군에 가담하면서 그들을 제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나라에 대한 충성과 친구와의 신의 사이를 괴로워하던 그는 할복을 선택했다. 갓 결혼한 아내도 역시 자결로 뒤따랐다.

작가는 할복을 결심하고 나서,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마치 본인의 경험인 양 느릿하면서도 격렬하게 묘사했다. 얼마나 세밀한지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문열 씨는 "충성과 신의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한쪽을 선택하면 삶의 의미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할복이라는 수단이며, 이때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미학이 된다"고 이 작품을 평가했다.

이 소설이 뒤늦게 화제다. 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 씨가 '우국'의 일부를 신경숙 씨가 1996년 발표한 '전설'에서 표절했다고 주장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우국'을 읽은 적이 없는 작품이라고 했고, 출판사 측은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표절로 지목한 몇 문장은 너무나 비슷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시대 최고 인기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일본 극우 소설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린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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