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형규(43) 씨는 7월 초 가족과 떠나려고 예약했던 해외여행 계획을 지난주에 취소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항이나 밀폐된 항공기를 타기가 못내 불안해서다. 윤 씨는 "비행기는 좁은 공간에 장시간 있어야 해 아무래도 찜찜했다. 10%를 위약금으로 물었지만 가족 건강이 우선이란 생각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로 여름휴가 계획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광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행이나 숙박상품 예약을 취소하면서 여행업 종사자는 물론 위약금 문제로 소비자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여행업계에 따르면 6월 들어 전세버스나 숙박업소 등 여행 관련 예약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감소했다.
더욱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겨 여행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중국 충칭, 란저우 등과 대구를 오가는 부정기 노선 54편은 운항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단체 관광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단체 관광뿐 아니라 개인 관광까지 취소가 이어져 타격이 너무 크다. 예년보다 여행 예약 및 문의가 절반 이하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여행객은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여행을 떠나겠지만, 해외 관광객은 나빠진 우리나라 이미지 탓에 지금보다 7, 8월에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행을 취소하는 시민도 울상이다. 여행상품 약관에 따라 상당 금액의 취소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메르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2천288건이 접수됐다. 해외여행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고 외식, 펜션, 국내여행 등이 뒤를 이었으며 대부분 메르스로 인한 상품 취소 관련 문의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메르스는 천재지변이나 재난에 포함되지 않아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취소를 받아주지 않거나 위약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약관심사를 청구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