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은행에 맡겨두는 저축성 예금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금리 탓에 정기예금 등에 가입해 목돈을 만들려는 욕구가 줄어들어서다. 대신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투자 기회를 기다리거나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흘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가계가 예금은행에 맡긴 총예금액은 547조7천393억원이다. 1년 전보다 26조5천508억원(5.1%) 늘었지만, 이 중 저축성 예금(492조504억원)은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1.0% 증가에 그친 뒤 6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후 2009년 8월, 2010년 7월 각각 17.3%에 달하는 등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대체로 두 자릿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도 떨어졌다. 금리가 워낙 낮아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으로는 제대로 된 재테크가 되지 않아서다.
대신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 예금이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크게 늘었다. 가계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4월 말 현재 55조6천8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5천344억원(18.1%) 늘었다. 일단 은행에 돈을 보관했다가 다른 투자처가 생기면 곧바로 돈을 빼기 위해서다.
일부 가계 자금은 벌써 은행을 벗어났다. 증시의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 말 현재 20조9천9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2천389억원(42.3%) 증가했다. 증권과 보험사 등에서 판매되는 금전신탁의 수신잔액도 4월 말 기준 316조9천6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조4천163억원(20.7%) 증가했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채권(ELB)의 미상환 잔액도 2월 말 현재 56조5천6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931억원(43.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시중금리가 더 낮아지면 요구불 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뿐 아니라 위험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더 늘 것으로 예상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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