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원도, 장관도 관심없는 '국회 대정부질문'

행정부 견제 취지 무색 무용론, 구색용 질의에 형식적 답변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19일 오후 2시. "지금 바로 본회의가 속개됩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본회의장에 바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국회에 처음 출석한 날이었다. 본회의를 속개하려면 재적의원(298명)의 5분의 1(60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데 등원이 늦어 15분이 지나서야 속개했다. 특히 금요일 오후엔 각종 행사나 지역구 방문 등으로 의원들의 참석률이 더욱 저조하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많이 나온다. 금요일 오후에는 행사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남아있는 의원도 별로 없다. 상임위원회 때 하는 질문과 (대정부질문) 내용이 비슷해 차별화가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인 대정부질문에 국회의원들마저 무관심하다. 총리와 장관 등 행정부 '혼내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특정 시간대엔 의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내실있는 대정부질문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후 시간대 대정부질문은 구색용 질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오전 질의가 끝나면 의원들은 점심 약속과 행사 등으로 본회의장을 떠나고, 오후에 다시 등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정부질문 질의자를 배치할 때도 '선수'가 높을수록 집중도가 높은 오전 시간에 배치하고, 초선 의원은 맨 뒤로 밀린다. 22일 경제분야 질문을 했던 의원 10명 중 초반에 질문했던 의원 5명은 3선'재선이었고, 초선인 류성걸(대구 동갑), 김희국(대구 중남)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8번째, 10번째였다.

임시국회 때는 대정부질문 신청자가 미달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새누리당은 19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문 신청자가 모자라 당이 나서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은 "지금은 메르스정국이어서 신청한 의원들이 적었다고 하더라. 신청자가 부족하면 원내지도부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신청하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정부질문은 행정부를 대상으로 국정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책과 대안을 듣는 입법부의 견제 수단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총리와 장관을 꾸짖는 질문을 던져 정책 질의가 실종되고, 행정부가 내놓는 해결책과 대안은 원론적인 수준이어서 이후 정책에 반영되는지 확인조차 않는다.

정치학자들은 '행정부 견제'라는 대정부질문의 취지를 살리려면 현재의 '행정부 혼내기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부는 대정부질문에서 지적을 받으면 '시정하겠다' '고려하겠다'는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며 국회에 바싹 엎드리는 시늉을 취하지만 이때 지적된 것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의원들은 행정부에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지 않고, 행정부는 약속한 정책 이행 여부를 나중에 국회에 '보고'하는 수준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제안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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