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임 없는 '유령 집회' 급증

반대성향 단체 집회 방해 목적

집회 목적 없이 집회 신고를 하는 이른바 '유령 집회'가 급증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 신고는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담당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때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사용 우선권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반대성향 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유령 집회가 악습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총 5만72회의 집회 신고 횟수 가운데 유령 집회 횟수는 4만7천892회로 전체의 95.6%였으나 2014년에는 5만4천195회 가운데 무려 5만2천634회가 유령 집회로 전체의 97.1%나 차지했다. 100회의 집회 신고 가운데 겨우 3회 정도만 실제 집회가 열린 셈이다.

지난 4일 자정, 대구경찰청에는 무려 16건의 집회 신고가 한꺼번에 접수됐다.

성 소수자 모임인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에서 중구 관내 8개 장소에 대해 집회 신고를 내자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 및 보수단체에서 8개 장소에 대해 동시에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자정에도 퀴어 조직위는 5곳, 보수단체 측에서는 8개 장소에 대해 집회 신고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퀴어 축제를 강행하려는 측과 이를 막으려는 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집회 신고를 냈다"며 "이번 경우는 조금 심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단체나 조직에서 특정 장소를 두고 집회 신고를 경쟁적으로 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령 집회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악용해도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령 집회는 불필요하게 경찰력이 낭비되고 정작 집회가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의 집회 기회를 뺏는다. 상습적이고 장기간 유령 집회를 여는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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