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가 쓰지 않고 쌓은 여윳돈이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29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8조8천억원)에 비해 1조2천억원이 늘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4조5천억원)와 비교해서는 15조1천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잉여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음을 뜻한다.
소비 증가가 소득 증가에 미치지 못해서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악화 탓에 1분기 증가율이 전기 대비 0.6%에 그치는 등 2013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0년을 전후해 급락한 뒤 정체 상태이던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다. 역시 소비가 위축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로는 경기침체 장기화, 소득 증가율 둔화, 고령화에 따른 미래 대비 심리, 전셋값 부담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값(총저축액)을 GNDI로 나눠 산출한다. 따라서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안 쓰고 남은 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23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총저축률은 36.5%로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35.0%)보다 1.5%포인트(p), 전분기(34.7%)보다 1.8%p 높았다. 분기별로는 1998년 3분기(37.2%) 이후, 연도별 1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 1분기(40.6%)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심리를 악화시키는 경제적 충격이나 경기 침체가 있을 때마다 총저축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총저축률은 1997년 36.4%에서 1998년 38.0%로, 2003년 카드사태 때에는 2003년 33.3%에서 2004년 35.5%로 오른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성장, 저소비 흐름이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맞물려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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