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69) ㈜삼천리 회장은 공직생활을 하던 아버지 슬하에서 4남 2녀의 둘째로 태어나 줄곧 공직에 몸담아왔다. 동력자원부'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등 중앙부처와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포함해 36년을 자원 관련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에너지 전문가'다.
연탄공장에서 출발해 도시가스회사로 발돋움한 ㈜삼천리가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영입한 전문경영인이 바로 한 회장이다.
고위공직자에서 민간기업 CEO로 변신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한 회장으로부터 기업의 성장 요인과 공직 경험담을 들어봤다.
-공직생활을 하다 민간기업으로 옮긴 배경은.
▶삼천리는 연탄공장에서 시작해 도시가스로 전환했는데,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회사 경영의 전환점을 모색하기 위해 2007년 3월까지 한전 사장을 지낸 나를 에너지 분야 경험을 감안해 그해 9월 영입했다. 삼천리를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육성해 달라는 기업 오너의 주문이 있었다.
-삼천리의 주력 산업은.
▶전국의 33개 도시가스 회사 중 가장 큰 기업이다. 인천 일부를 포함해 오산'평택'안산'수원 등 경기도 서남부를 포괄하면서 도시가스 공급 범위와 양, 매출이 가장 많은 회사다.
-향후 집중 투자할 분야는.
▶도시가스는 보급률이 90%를 넘어서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낮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취임한 뒤 집단에너지와 발전소 건립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발전소 발전 뒤 나오는 폐열을 사서 아파트 등지에 싸게 열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주로 지역난방공사가 담당했는데 SK, GS 등도 뛰어들고 있다. 삼천리는 지역난방공사와 5대 5 지분으로 '휴세스'라는 열공급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한 분야가 발전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생산하는 전기는 1억㎾로 이 중 40% 이상을 수도권에서 사용하는데, 발전소는 주로 동'서'남해안에 집중돼 있다. 멀리서 끌어오기 때문에 송전선로 건설 비용, 송'변전 손실 등이 크다. 삼천리가 2012년 한국남동발전, 포스코건설과 합작해 경기도 안산에 'S-Power'라는 복합 화력발전소를 착공, 지난 4월 건립했다. 이 LNG 복합 화력발전소가 향후 삼천리의 최대 효자산업이 될 것으로 본다.
-공직생활 36년 중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신설된 동력자원부에서 일하던 때와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할 때다.
박 전 대통령은 에너지 전담 부처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1978년 동력자원부를 신설했는데, 신설 부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건설부와 상공부 장관을 거친 장예준 장관을 기용하는 용인술을 보여줬다. YS는 집권 후 국무총리 인준 문제가 불거지자 동력자원부 폐지 카드를 내놓았는데, 지금도 잘못됐다고 본다. 에너지의 중요성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에너지 전담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전 사장을 역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한전이 전력 산업 구조 개편을 통해 발전 사업이 분리됐고, 배전(전기 배분) 사업마저 분할한다는 얘기가 나돌던 때였다. 당시 경영평가도, 청렴도도 꼴찌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이었다. 취임 이후 해외시장 개척, 공정한 인사, 사기 진작과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제2의 창업정신'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3년 동안 전국 290여 사업장 중 200여 사업장을 돌며 사기를 북돋웠으며, 필리핀과 중국 등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해외시장도 뚫었다. 지역본부의 승진 등 인사권을 모두 지역에 넘겨주는 대신 인사권을 오'남용하는 간부에 대해 엄단하면서 인사 투명성도 확보했다. 이후 경영평가가 높게 나오고, 청렴도도 꼴찌에서 1등으로 올랐다. 퇴임식 날 비서실을 비롯해 상당수 직원이 울먹이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직원들이 정문에 도열해 일일이 악수를 하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세계 전력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디슨상'을 받았는데.
▶미국전기학회에서 해마다 세계적으로 1명에게 주는 상인데, 2006년에 받았다.
국내 가전제품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송전철탑 전압을 365㎸에서 765㎸로 각각 승압하고, 인천공항 인근 바다를 건너는 해월철탑 30여 기를 건립하는 등의 기술력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한전이 원자력발전을 비롯해 전력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평가한다면.
▶경제 규모만큼 에너지 분야 규모가 커졌다. 기후변화협약, 온실가스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도 에너지부가 있어야 한다. 가스, 전기, 석유, 원자력, 자원개발 등을 포괄하는 에너지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명박정부 때는 전기 재정보조나 가스요금 등 민간 에너지 부문에 지나치게 관여했다. 에너지 문제는 시장에 맡기되 시장에서 잘 안 되는 부문을 에너지 주무부처가 조정해야 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차관이 있지만, 장관이 무역, FTA 등에 신경 쓰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에너지 분야를 돌볼 겨를이 없다.
-제2의 인생 계획은.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받은 것이 너무 많다. 앞으로 장학사업 등을 통해 사회 환원에 관심을 쏟고 싶다. 광산장학회, 청암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복지'장학재단에서 무보수로 사회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