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 30분 대구 동구의 한 음식점. 점심때라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기 시작했다. 손님이 점점 늘어나자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이 놓였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설거지할 시간이 없어서 간편하게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특히 최근 메르스 때문에 찜찜하다며 종이컵을 달라는 손님도 적잖다"고 말했다.
음식점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좀처럼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메르스 여파로 일회용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한 달 사이 음식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었다.
정부는 1999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 접객업소 및 집단급식소, 대중목욕탕, 숙박업소에서 일회용 컵과 접시, 나무젓가락, 샴푸 등을 비치하거나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점심'저녁시간 등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때에는 일손이 부족해 설거지나 뒷정리를 하는 것이 힘들어 비닐 식탁보나 나무젓가락, 일회용 식기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쑤시개나 일회용 컵을 찾는 손님도 있어 이를 비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메르스 여파로 위생에 신경을 쓰는 손님들이 크게 늘어 일회용품을 요구한다고 했다. 대구 요식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우려로 인해 타인과 같은 컵이나 수저 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손님들이 일회용품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음식점에 일회용품 및 식자재를 납품하는 김모(56) 씨는 "상당수 식당이 메르스 여파로 손님이 줄어 식자재 주문량은 감소했지만,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 등은 오히려 주문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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