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대구 온 유승민…"사퇴?" "드릴 말씀 없습니다" 확답은 피해

대구서 이틀동안 부모님 만나 "정치 관련 얘기는 안해" 단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지역구인 대구 동구 용계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지역구인 대구 동구 용계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유승민 새누리당(대구 동을)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아 힘들었던 까닭일까? 그가 27, 28일 고향과 부모님을 찾았다.

선택의 기로에 선 유 원내대표는 고향 집에서 가장 긴 하룻밤을 보냈다. 자의든, 타의든 난마같이 얼키고 설킨 정국을 풀기 위해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발길은 너무도 무거워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대구로 와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이 입원한 중구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뒤 동구 용계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잤다. 그는 28일 오전 집을 나서면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어젯밤에 잠은 잘 잤느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집을 나와 남구 대명동에 있는 부모 집으로 향한 유 원내대표는 어머니가 만든 호박전과 직접 가꾼 토마토로 차려진 아침 식사를 했다. 이어 채소와 과실나무가 심어진 정원에 나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허리가 아픈 어머니가 가파른 계단을 올라 옥상 텃밭으로 가려 하자 "위험해요"라면서 만류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전날 병원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최근 정치상황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면서 "오랫동안 정치인의 내조자로 살고,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어머니도 아들이 힘들어할까 봐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에 이어 28일 오전 다시 부친이 입원한 병원을 찾은 유 원내대표는 수성구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1시간가량 지인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다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자신을 지지해준 당직자와 대구 시민들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 대구나 서울에서 한마디 하면 전국으로 퍼진다. 아직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뒤 서울로 향했다.

유 원내대표는 KTX로 서울역에 도착한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연락을 취했느냐는 질문에는 "따로 취한 것 없다"고 말했으나, 청와대 측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은 얘기 못 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김태흠 의원 등 친박계 일부 의원이 유 원내대표 사퇴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재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 "요구서가 오지 않았다"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나 당내 기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변화가 있다는 것은 못 들었다"고 덧붙였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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